점유율 줄어든 韓 배터리…中 굳건한 1위, 日은 추격 가세

이코노미스트 입력 2023. 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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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날개를 펴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선전에 웃을 수 없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CATL(닝더스다이)이 굳게 지키는 가운데, 10위권 안에 포진한 해외 배터리 기업들이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 SK온, 삼성SDI(006400) 등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1월 4일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점유율 순위에서 LG엔솔이 2위 자리를 중국 비야디(BYD)에 내줬다. 1년 전 LG엔솔은 점유율 19.6%로 2위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12.3%로 줄어들었다. 반면 비야디의 점유율은 8.8%에서 13.6%로 늘면서 3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LG엔솔, 전기차 배터리 판매 점유율 BYD에 2위 넘겨줘

1위는 CATL로 글로벌 점유율 37.1%를 기록했다. CATL이 만든 배터리의 총사용량은 165.7GWh(기가와트시)로, 1년 전(82.1GWh)과 비교해 약 101% 증가했다. LG엔솔의 경우 9.7% 증가한 54.8GWh였다. 5위인 SK온은 72.0% 늘어난 26.1GWh, 6위 삼성SDI는 74.9% 증가한 22.1GWh로 집계됐다.

SK온과 삼성SDI의 성장세가 눈에 띄지만, 2위 자리마저 중국 업체에 내 줄 경우 배터리 산업을 중국이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22년 1~11월 점유율을 보면 CATL과 비야디가 각각 37.1%, 13.6%의 점유율로 전체 시장의 과반(50.7%)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경우 LG엔솔, SK온, 삼성SDI 3사 점유율이 23.2%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점유율 면에서 2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확대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SDI가 점유율 5%로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LG엔솔은 7.3%포인트, SK온은 0.1%포인트 점유율이 하락했다. 전체 시장에 K-배터리의 영향력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고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당장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힘든 중국 기업들은 유럽을 우회 공략하며 친환경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CATL은 유럽 내 생산 확대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CATL은 지난해 12월 독일 중부 튀링겐주 아른슈타트시 인근 공장에서 생산한 첫 견본 배터리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올해 안에 이곳에서 6개 생산라인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장은 14기가와트시(GWh)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간 3000만 개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40킬로와트시(KWh)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35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CATL은 오는 6월 생산능력을 24GWh로 확대하기 위해 당국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 대부분을 중국 현지 협력업체들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협력업체 일부는 아른슈타트 공장 인근에 지사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 일각에서는 과도한 중국 의존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미국의 IRA에 대응하는 방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배터리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것은 미국이 IRA를 자국 주요 기업과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면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가시화하면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한중 철강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배터리 시설의 경우 영향이 덜하다는 점에서 CATL 등 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J-배터리’ 경쟁 가세, 과거 영광 되찾으려 추격 나선 日

최근 일본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K-배터리 발전전략’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월 24일 ‘일본의 배터리 산업 부활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때 배터리 종주국이던 일본이 2030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현재 민관 합동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1990년대 소니를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했었다. 2015년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졌는데, 이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 내 배터리·재료 제조 기반을 연간 150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하고, 글로벌시장에서 600GWh의 연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5조6000억엔(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른바 ‘J-배터리 부활 정책’에 우리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 IRA 세액공제 대상국에 포함된 호주 등과 손잡고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대중(對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등 관련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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