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전운 감도는 정부-노조…노동개혁 가시밭길

이정현 기자 2023. 2. 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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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계 서류 비치·보존 이행 점검결과 제출 두고 '대치'
건건이 부딪치는 노동정책 방향…민주노총 5·7월 총파업
금속노조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및 노동탄압 저지 촉구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새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작업이 본격화하는 상황 속 노동조합과 정부 간 대치도 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을 위한 한 방안으로, 양대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에 회계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 점검결과를 오는 15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것과 관련해 노조는 기본적인 서류 제출 요구에는 응하되, 구체적인 정보 제출 요구는 거부하기로 했다. 정부는 제출 요구 거부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강 대 강 충돌이 예상된다.

현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과제와 관련해서도 '노동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오는 5·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3일 고용노동부와 양대노총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고용부는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334개에 노조법에 따른 회계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자율점검한 뒤 결과를 보고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것으로, 노조법 14조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 이행 여부'를 오는 15일까지 보고받겠다는 내용이다.

제출을 요구한 증빙자료만 50여종이다. 고용부가 보낸 공문을 보면 주된 사무소에 비치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진 1장과 비치 대상 11개 항목마다 표지와 내지를 1장씩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치 대상 서류는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 관련 장부와 서류(예산서, 결산서, 총수입원장 및 총지출원장, 수입 또는 지출결의서, 수입관계장부 및 증빙서, 지출관계장부 및 증빙서, 자체 회계감사 관계 서류) 등이다. 이중 8개 항목을 3년간 보존해야 하는데 표지와 내지를 1장씩 제출하도록 했다.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내지' 제출이다. 고용부는 의무 증빙서류에 내지를 포함한 것은 보존 대상 서류임을 식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회계 운영과 관련한 구체적 정보가 담긴 내지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월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발족식에서 이재열 공동위원장(왼쪽 다섯번째) 등 위원 및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상생임금위원회는 임금체계 개편 및 공정성 확보, 격차 해소 등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체다. 2023.2.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내민) 법 조항은 노조에 비리 등이 발생했을 경우와 같이 조사할 필요가 명백할 때로 특정된 것"이라며 "지금처럼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는 사유는 인정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표지 등 기본서류 제출 요구에는 응하되, '내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 요구는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방식의 대응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는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와 노조 간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주52시간제' 개편,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 등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대한 강 대 강 대치는 이미 진행형이다.

전날 고용부는 임금격차 해소와 연봉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할 중심 논의체로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했다.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시간 개편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노조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노총은 즉시 논평을 내 "노동시장 임금격차 해소를 빌미로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상생으로 포장한 대기업 이윤 사수위원회"라고 평가절하했다.

노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불공정거래, 재벌 대기업 사익편취,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조적 문제에 있다"면서 "지금처럼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대기업 노동자 탓만 하는 대통령과 노동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노동 탄압'으로 규정지은 민주노총은 오는 5·7월 이미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2500여명(집회측 추산)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모여 난방비, 전기요금,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 반대를 외쳤다. 또 횡재세 도입 및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대책 수립과 임금·고용·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위원장은 "현실은 재벌, 부자를 위한 윤석열 정부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을 요구한다"며 "경제위기 속 노동자,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 경제위기를 앞세운 해고 반대를 넘어 청년 세대를 위한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 등 임금·고용·공공성 강화의 3대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7월 총파업 총궐기 투쟁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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