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곳, 이렇게까지 아름다워야 한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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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청소년의 미래를 성공으로 이끈다." 미국에서 비롯하여 여러 나라로 번진 '청소년글쓰기센터'의 모토다.
2002년 몇몇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및 교습센터를 열기로 했다.
예컨대 '826 발렌시아:미션베이센터'는 숲, '826NYC'는 슈퍼히어로, '826LA:에코파크'는 시간여행, 영국 로더럼의 그림상회는 이야기를 테마로 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기발한 상품을 진열하여 아이들과 합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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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6 내셔널’로 전세계에 퍼져
외계인 등 다양한 콘셉트로
꿈이 현실화하는 34곳 소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
국제 청소년 글쓰기 센터 연맹 지음, 김마림 옮김, 도서문화재단 씨앗 감수 l 미메시스 l 3만5000원
“글쓰기가 청소년의 미래를 성공으로 이끈다.” 미국에서 비롯하여 여러 나라로 번진 ‘청소년글쓰기센터’의 모토다.
변화는 대개 우연히 시작된다. 2002년 몇몇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및 교습센터를 열기로 했다. 건물을 빌린 곳이 발렌시아가 826번지, 소매 상업지구였다. 센터를 운영하려면 전면에서 무언가를 팔아야 했다. 그들의 선택은 배 모양 공간에 맞춤한 ‘해적상점’. 검은 수염, 수염 염색약, 금이빨, 배 밑바닥에 고인 물, 괴혈병 치료 약, 뱃멀미 약 등 가짜 상품 외에 나무의족, 조명용 돼지기름, 잠망경, 대걸레 등 해적선에서 썼음 직한 물건들을 소품으로 갖췄다.
점포를 위장한 글쓰기 센터는 대박이 났다. 학습 부진아들은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상점을 거쳐 공부방으로 스며들었고 빈 의자들은 모두 채워졌다. 자원봉사자들은 ‘호기심 천국’에서 한껏 휘저어진 아이들의 상상력을 글쓰기로 이어줬다. 이건 뭐지? 하고 점포에 들른 주민들은 센터의 취지를 듣고는 지갑을 열고 재능을 기부하기도 했다. 진열품이 다채로워지고 강사진이 짱짱해지면서 아이들은 부쩍 자랐고 상점에는 ‘깔쌈하게’ 제본한 아이들 문집들이 하나둘 매물로 추가됐다.
1호점 ‘826 발렌시아’ 성공에 따라 2008년에는 타지역 센터 설립을 돕기 위한 조직 ‘826 내셔널’이 떴다. 미국 전역에 ‘가맹점’(가맹비 안 받음) 8곳이 생겼다. 대개 이름은 ‘826+지역’. 작년 한해 동안 학생 5682명이 도움을 받았고 자원봉사자 719명이 적극 참여했다. 전 세계에 수십개 동조 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은 대표적인 위장점포 34곳을 소개한다. 점포별로 공간의 콘셉트, 짜임새, 상품 등을 여러 장 사진으로 소개하고, 문답식 글로써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운영방식, 지역사회와 관계 등을 설명한다. 가맹점들은 지역과 점주에 따라 특화됐을 뿐 ‘이상한 나라’로 가는 ‘토끼굴’ 모양새는 같다. 예컨대 ‘826 발렌시아:미션베이센터’는 숲, ‘826NYC’는 슈퍼히어로, ‘826LA:에코파크’는 시간여행, 영국 로더럼의 그림상회는 이야기를 테마로 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기발한 상품을 진열하여 아이들과 합체가 된다. 826 콘셉트는 1호점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데이브 에거스의 말에 함축돼 있다.
“아이들 공간은 아이들을 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잘 견디도록 디자인된다. 삭막한 브루털리즘 양식의 네모난 학습 공간은 청소년들에게 자유롭다는 느낌보다 갇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으로 주변을 채워야 한다. 영감과 자극을 주는 학습 환경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그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공간의 진가는 만듦새보다 쓰임새에서 나온다. 센터에 들면 현재 우리가 사각 콘크리트 문명 한가운데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관습과 규율 속에서 딱딱해진 아이들이 다시 말랑말랑해지고 지역사회는 공동체성을 회복한다. 꿈이 현실화하는 공간이거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부록으로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만들어 운영하는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공간 8곳을 소개한다.
임종업 <토마토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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