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핫플] 꽃도 보고 장도 보고, 힐링이 일상이 되는 곳…광주 ‘힐링플라워스마트팜 카페’

지유리 2023. 2.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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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핫플] ⑮ 광주광역시 ‘힐링플라워스마트팜 카페’
두 눈엔 싱그러움 가득
광주농협 친환경온실 조성
오색꽃 만발, 열대작물 주렁
차 한잔 함께하며 여유 만끽
여행객엔 ‘가성비’ 인기코스
장바구니엔 먹거리 가득
식물원 관람 후 자연스레
바로 옆 로컬직매장 발길
시너지효과로 매출 ‘쑥쑥’
공중 걸이 화분을 설치해 꾸민 힐링플라워스마트팜. 방문객들이 싱그러운 식물을 감상하며 일상에서 쉼을 즐기고 있다. 김건웅 프리랜서 기자

장보기는 살림을 꾸리면서 꼭 해야 할 일이다. 1∼2주에 한번 먹거리를 사러 마트에 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러 식재료 가운데 질 좋은 것을 골라야 하고 가격도 합리적인지 따져야 한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틈을 헤집고 필요한 먹거리를 집어 장바구니에 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는 일. 장보기가 힐링이 된다면 어떨까?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광주광역시 북구에선 장을 보면서 몸과 마음을 편히 휴식하는 일이 가능하다.

◆최신 영농기술 집약된 식물원 카페=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진 북구 망월동. 고층 건물이 사라진 허허벌판 같은 동네에 비닐하우스 한동이 서 있다. 몸을 숨긴 듯 로컬푸드직매장 건물 뒤편에 자리 잡은 시설 외관은 평범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별세계가 펼쳐진다. 양쪽 벽을 따라 활짝 핀 분홍·빨강·주황 제라늄이 단정히 줄지어 있고 가운데엔 어른 손바닥만 한 열매를 매단 바나나 나무가 푸릇함을 자랑한다. 공중에는 싱그러운 초록 잎을 늘어뜨린 화분이 주렁주렁 열렸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바깥과 달리 내부는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동산이다. 오색 빛깔이 화려하게 수놓인 이곳은 광주농협(조합장 한진섭)이 운영하는 힐링플라워스마트팜이다.

이 스마트팜은 2018년 10월 문을 열었다. 첨단 영농기술이 집약된 675㎡(204평) 온실로 탄소관난방시스템을 갖춰 1년 365일 온화한 환경을 유지한다. 덕분에 바나나·커피·레몬 같은 열대작물이 한겨울에도 무럭무럭 자란다. 한편에는 아쿠아포닉스도 있다. 아쿠아포닉스란 물고기 양식장을 활용한 친환경 수경재배를 말한다. 물고기가 물속에 유기물을 배출하면 식물이 그 유기물을 먹으며 자라고 식물이 정화한 물에 물고기가 사는 자연재배순환농법이다. 이런 스마트 영농을 배우러 인근 농가나 농업고등학교에서 견학도 온다.

그런데 실은 이곳은 스마트팜이기 전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물원 카페다. 광주농협은 바로 옆에 있는 로컬푸드직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들러 잠시나마 기분 전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을 조성했다. 만발한 꽃을 보며 여유를 즐기도록 스마트팜 내부에 무인카페를 차렸다. 입구에 설치된 커피머신에서 직접 음료를 뽑아서 온실 곳곳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쉬면 된다. 음료 가격은 2000∼2500원. 메뉴는 다양하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에 우엉차·레몬차도 있다. 이마저도 취향이 아니라면 집에서 마실 것을 챙겨 와도 좋다.

◆광주·담양 여행한다면 꼭 들르세요=볼거리 많은 식물원 카페지만 이용료는 0원이다. 심지어 주차비도 공짜다. 그러니 주말이면 평균 3000명이 스마트팜에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북구는 전남 담양과 맞닿은 지역인데 담양을 둘러보는 여행객 사이에 힐링플라워스마트팜이 ‘꼭 가봐야 하는 여행 명소’로 떠올랐을 정도다. 볼거리는 풍성한데 비용은 들지 않으니 이만큼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또 있을까.

며칠째 한파가 이어진 평일 낮에도 온실 안 무인카페 자리가 반 이상 찼다. 친구와 함께 온 차은숙씨(66)는 한달에 서너번씩 방문할 만큼 단골이다. 차씨는 “로컬푸드직매장에 장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면서 “지금은 스마트팜에 들른 김에 장을 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시기마다 꽃이 바뀌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박복순씨(65)는 어린 손자를 데리고 나들이 왔다. 커피값이 저렴해 자주 찾는단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고 어린아이가 크게 웃고 떠들어도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 “무엇보다 꽃을 보고 향기 맡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니 이게 바로 호사”라며 웃었다.

스마트팜을 관리하는 상주직원은 두명이다. 때맞춰 꽃 종류를 바꾸고 화분 위치를 옮겨 공간을 새로 꾸민다. 인증샷 남기길 좋아하는 젊은 손님을 위해 포토스폿도 조성했다.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지만 손님들이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관리한다.

◆꽃도 보고 장도 보고=힐링플라워스마트팜이 명성을 얻은 데는 바로 옆에 있는 로컬푸드직매장 동광주점이 한몫했다. 장 보러 왔다 꽃 보러 가고, 꽃 보러 왔다 장도 보는 것.

슈퍼마켓은 동네마다 있고 요즘은 온라인 장보기도 간편하다. 클릭 한번이면 이튿날 새벽 신선식품을 받아본다. 이렇듯 편리한 세상에서 굳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로컬푸드직매장을 찾아오게 하려면 이곳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동광주점이 내세운 승부수가 바로 스마트팜 카페다. 매장에서 간단히 주전부리를 사다가 카페에 앉아 먹을 수도 있으니 주말 가족 소풍으로 제격이다.

스마트팜 카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로컬푸드직매장 손님도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마트팜 카페 후기가 쏟아지면서 이곳 동광주점은 2018년 개장 이후 4년 만에 매출이 8배 올랐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문흥철 광주농협 차장은 “이런 성과는 힐링플라워스마트팜이 얼마나 로컬푸드직매장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말이 되면 힐링플라워스마트팜에 진풍경이 펼쳐진다. 슬리퍼 신고 큼지막한 장바구니를 옆에 낀 주부와 멋지게 차려입은 20대 여행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차를 마시고 꽃구경을 한다. 경기·충청·서울에서 온 관광객에겐 전남 특산물을 색다르게 어필하는 장소다. 힐링플라워스마트팜이 우리 동네 ‘핫플’이 된 이유다. 힐링을 오감으로 경험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곳. 그저 머물다 가는 것을 넘어 이웃과 상생하는 현장이도 하다.

광주=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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