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이웃 프리미엄, 천만매린(千萬買隣)

관리자 2023. 2.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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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좀 드셔보세요."

좋은 이웃과 같이 산다면 천만금의 프리미엄이라도 아까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급했고(百萬買宅·백만매택),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프리미엄으로 지급한 것이다(千萬買隣·천만매린)!' 좋은 이웃과 함께하려고 집값의 열배를 더 지급한 송계아는 좋은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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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 선택시 ‘인풍수지리’
좋은 이웃 있는 곳이 명당
농촌에선 더 꼼꼼히 따져야
이웃 되기위해 집값의 열배
천만금 프리미엄 치르기도

“곶감 좀 드셔보세요.”

점촌가든 아저씨가 건네는 정성 가득 담긴 곶감에 겨울이 참 달다. “피부에 좋은 화장품인데 한번 써보세요.” 화장품을 건네받는 아주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사람이 귀한 농촌에 살다보면 좋은 이웃은 행복이며, 기쁨의 원천이다.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고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를 고민할 때 여러 조건을 떠올린다. 교통이나 학군도 중요하고, 숲이나 공원 옆도 선택 기준이 된다. 대개 이런 곳은 많은 사람이 선호하기에 투자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정말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이웃이 있느냐다. 좋은 이웃을 만나지 못하면 사는 집이 정떨어지고, 마음이 불편해 이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농촌에서의 이웃은 그 어떤 조건보다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웃과의 불화로 돈과 정성을 들여 지은 집을 서둘러 넘기고 떠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주거지를 선택할 때는 그 마을 사람의 따뜻한 인정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里仁爲美·이인위미). 따뜻한 이웃을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 것이다.’ 주거지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웃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도 좋은 이웃을 선택해야 한다고 공자가 제자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풍수지리(風水地理)가 인간의 주거지에 끼치는 바람(風)·물(水)·땅(地)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바라본 관점이라면 거기에 사람(人)의 요소를 하나 더 첨가해 ‘인풍수지리(人風水地理)’가 더욱 중요하다.

겨울에는 바람을 막고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 물이 풍부하고 집을 휘돌아 나가는 곳, 좋은 이웃이 옆에 있어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 명당(明堂)이다.

좋은 이웃과 같이 산다면 천만금의 프리미엄이라도 아까울 것이 없다는 생각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송계아(宋季雅)라는 고위 관리는 정년퇴직을 대비해 자신이 노후에 살 집을 보러 다녔다. 그는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으로 이사갔다. 실제 가격은 백만금밖에 안되는 집을 천백만금이나 주고 샀다는 말에 여승진이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급했고(百萬買宅·백만매택),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프리미엄으로 지급한 것이다(千萬買隣·천만매린)!’ 좋은 이웃과 함께하려고 집값의 열배를 더 지급한 송계아는 좋은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 사람을 알려면 주변에 어떤 친구가 있는지를 먼저 보라고 한다. 사람은 친구와 이웃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고, 실패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좋은 동네는 좋은 이웃이 있는 곳이다. 나를 자극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이웃을 찾아야 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알아주는 그대만 있다면(海內存知己·해내존지기), 어느 하늘 아래 있어도 당신은 나의 영원한 이웃입니다(天涯若比隣·천애약비린).’ 당나라 문장가 왕발(王勃)이 자신의 친한 친구와 이별하며 쓴 시구절이다.

주거 선택 기준은 좋은 이웃이라고 한 공자, 천만금을 치르고 좋은 이웃을 산 송계아, 어느 하늘 아래 있든 나를 알아줄 이웃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한 왕발, 모두 이웃 프리미엄을 인정한 사람들이다. 좋은 이웃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없다면 찾아다녀야 한다. 나에게 이웃이란 어떤 의미일까. 정월에 던지는 질문이다.

QR코드를 찍으면 소리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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