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최악 가뭄 완도에… 생수 70만병 기부 행렬
전남 완도군 노화읍 넙도 내리마을 이영심(63)씨는 수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수돗물을 용기에 담기 시작한다. 일주일 사용할 생활용수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넙도 내리마을에선 수돗물이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24시간만 나온다. 나머지 6일은 단수(斷水)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넙도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인 저수지(넙도제)가 최악의 가뭄에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일 현재 넙도 상수원인 넙도제 저수율은 0.7%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1일 급수, 6일 단수’하는 제한 조치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넙도 주민 560여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씨는 “물이 충분하지 않아 샤워를 못 해 일주일에 한 번은 배를 타고 해남에 있는 사우나에 간다”며 “물이 나오는 수요일이면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집 안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완도군은 매일 급수선을 이용해 생활용수 180t을 넙도제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마른 상태에선 저수지에 부은 물이 금세 흙바닥으로 스며들거나 증발해 버린다. 엿새 동안 급수선으로 물을 공급해야 겨우 하루 사용량 142t을 확보할 수 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생수를 주민에게 지원하고 있다. 한 사람당 일주일 치로 6L씩 배분한다. 이씨는 “보관한 물이 바닥나면 먹는 생수로 설거지한다”며 “넙도에 63년째 살면서 이렇게 장기간 물 부족을 겪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남의 지난해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61%에 그쳤다. 특히 전남 완도의 지난해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46%에 머물렀다.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완도를 덮친 것이다. 1월에도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았다. 수원지가 고갈된 완도의 넙도·금일도·소안도·노화도·보길도 다섯 섬은 지난해 5월 또는 11월부터 제한 급수하고 있다.
상수도로 가정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의 저수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금일도 두 저수지는 저수율이 6.1%와 8.0%, 소안도는 4.2%, 노화·보길도는 23.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금일도는 ‘2일 급수, 4일 단수’, 소안도는 ‘2일 급수, 5일 단수’, 노화·보길도는 ‘2일 급수, 4일 단수’ 식으로 급수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제한 급수를 겪는 섬 주민은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완도군은 매일 이 섬들에 급수선과 살수차 등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제한 급수를 풀 정도의 충분한 양은 아니다. 섬은 대부분 육지처럼 댐으로 물을 가둔 대규모 식수원이 없다. 소규모 저수지와 지하수를 얻는 관정(管井),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담수화 시설 등으로 생활용수를 확보해야 한다. 손호웅 전남도 먹는물관리팀 주무관은 “섬은 지리적 특성상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는 이상 갈수기(渴水期)마다 물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 완도의 다섯 섬에는 매일 생수병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삼성이 대한적십자사에 1억원을 기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 돈으로 생수를 구입해 2L짜리 생수 10만병을 지원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제시, 아이쿱자연드림, 농협중앙회 등 14개 단체가 완도에 생수를 기부했다. 1월 말까지 300mL·500mL·2L·3L들이 생수 70만4800병이 모였다. 6억원 상당이다. 장대석 완도군 예방복구팀 주무관은 “각 읍면에 생수를 보내면 직원들이 마을 이장단에 인원만큼 생수를 나눠준다”며 “생수 기부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완도 지역 섬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광역 상수도를 설치해 대비하자는 입장이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대형 댐의 광역 상수원을 관로로 연결해 섬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우선 678억원을 투입해 6970여 명이 사는 노화·보길도에 광역 상수도를 바다 밑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직선으로 70㎞쯤 떨어진 장흥댐 물을 끌어다 쓸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역 상수도를 해저 관로로 연결해 항구적 가뭄 대책을 앞당겨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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