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마스크 쓴 게 우리 얼굴”
얼마 전 서울의 한 중학교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야외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학생들이, 특히 여학생들은 거의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기념사진인데 마스크 벗고 찍으라고 권하자 학생들은 “이게 우리 얼굴”이라고 했다. 마스크 써서 나중에 알아볼 수 있겠느냐고 하자 “우리는 서로 다 잘 알아본다”고 했다. 입학해서 3년 내내 마스크를 써온 세대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뉴욕타임스가 1일 “여러 아시아 국가가 마스크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한국·일본 등에서 여전히 보편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그 이유를 집중 조명할 정도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난해 초에 이미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일본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한국에선 마스크를 보기 어려웠는데 새로운 습관이 생긴 것일까. 아직은 혼자 마스크를 벗는 것이 어색하다는 사람이 많다. 서로 눈치 보는 단계라는 것이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워서 그냥 쓰고 다닌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쌀쌀한 날씨여서 마스크가 추위를 막는 방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 얼굴은 80개의 근육으로 7000여 가지 표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로봇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런 사람 표정을 다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랜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감정 인지 능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교사들이 학생을 혼내도 선생님 표정을 볼 수 없으니 아이들이 분위기 파악을 못 했다는 전언도 많다. 교실 마스크 문제는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아시아의 마스크 착용 이유에 대해 3년간 이어진 익숙함, 타인에 대한 존중, 미세 먼지 등을 꼽았다. 동서양의 감정 표현 방식 차이로 보는 견해도 있다. 동양에서는 눈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휴대폰 문자를 보낼 때 웃는 눈(^^), 찡그린 눈 등 눈 표정 이모티콘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서양에서는 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배트맨·조로 등 수퍼 히어로들은 입 대신 눈을 가린다.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꺼리고 혐오하기까지 하지만 동양에서는 마스크를 별로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스크에도 인간의 미묘한 심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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