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고발 사건 처리, 왜 경찰과 검찰이 다를까

기자 2023. 2.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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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원로 법조인께서 느닷없이 전화를 주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받았다. 대뜸 “검찰의 불기소처분과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한 불복절차가 다른가?”라고 물으셨다. 직감적으로 관련 법체계 흠결을 지적하고 있는 말씀이란 생각이 들었다.

승재현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해의 편의를 위해 2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국가기관에서 피해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직장상사에게 위력으로 성폭행을 당한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해당 직원은 피해자에게 의사를 물었고, 피해자는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직원은 경찰에 직장상사를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고발했다. 그런데 경찰이 해당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결정을 했다. 고발인은 어떠한 방법으로 다툴 수 있을까?

다음으로 고위공무원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하위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들어났다. 이에 시민단체가 고위공무원을 검찰에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이 해당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했다. 고발인이 다툴 수 있는 절차는 뭘까?

먼저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해 내린 경찰의 불송치결정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이의신청으로 다툴 수 있다. 즉 불송치 통지받은 사람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의신청권자에 고발인이 없어 문제가 발생한다.

2022년 5월9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고발인을 이의신청권자에서 삭제했다. 아동학대사건 혹은 성폭력사건이 발생한 경우 신고의무자의 고발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했을 때 고발인이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다만 신고의무자의 고발에 한해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예규)’에 따라 수사심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위공무원의 뇌물사건을 시민단체가 경찰에 고발한 경우, 신고의무자의 고발이 아니라 이마저도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직권남용죄에 대해 내린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항고 및 재항고로 다툴 수 있다. 즉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발인은 검사가 속한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항고를 할 수 있다.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항고를 기각하면 검찰총장에게 재항고를 할 수 있다. 법에 명시적으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발인이 2번 다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검찰총장이 재항고를 기각하는 경우, 고발인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본안심리를 진행했었다. 다만 최근에 고발인의 헌법소원에 대해 자기관련성을 부정해 각하를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고발인의 입장에선 경찰의 불송치결정은 ‘단심’과 같다. 다툴 방법이 없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고발인에게 다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이에 대해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해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고발인이 제외되어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결정이 난 후 뒤늦게 나서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해 고발인에게 다툴 수 있는 방법을 보장하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적어도 신고의무자가 한 고발에 대해선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이 어렵다면 헌법재판소는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해 고발인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보장해야 한다. 경찰·검찰이 내린 똑같은 불기소 결정이다. 당연히 다툴 수 있는 방법도 같아야 한다. 달라선 안 된다.

승재현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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