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중국, 점점 믿을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인가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3. 2. 3. 03:03 수정 2023. 2. 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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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일 것이다.

일국양제는 홍콩의 중국 반환(1997년)을 앞두고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다.

홍콩을 수월하게 넘겨받은 중국은 평화통일을 외치며 대만에도 일국양제를 적용한다고 약속했다.

이런 인물이 일국양제 대체 이론 개발에 착수한다는 것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일국양제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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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일국양제’ 대체 이론 검토說
신뢰 부족하면 글로벌 리더 되기 어려워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국제사회가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일 것이다. 일국양제는 홍콩의 중국 반환(1997년)을 앞두고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다. 영국은 홍콩을 돌려주기 싫어했다. 두 나라에선 전쟁 불사 주장까지 나왔다. 1982년 영국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중국 ‘작은 거인’ 덩샤오핑(鄧小平)이 만났다. 강(强) 대 강 충돌이 뻔해 보이던 상황을 극적으로 바꾼 것이 일국양제였다. 덩샤오핑은 홍콩 반환 후 50년 동안 홍콩 정치, 사회 제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홍콩을 수월하게 넘겨받은 중국은 평화통일을 외치며 대만에도 일국양제를 적용한다고 약속했다.

홍콩을 돌려받은 지 25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일국양제를 대체할 새로운 이론을 개발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왕후닝(王滬寧)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에게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왕 상무위원은 시 주석 핵심 사상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만든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최고 책략가로 꼽히는 그는 국사(國師)로도 불린다. 이런 인물이 일국양제 대체 이론 개발에 착수한다는 것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일국양제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50년간 적용한다고 약속한 일국양제는 홍콩에서 사실상 폐기에 가까울 정도로 변질됐다. 2020년 중국에서 만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됐다. 중국이 홍콩 정치, 사회 제도에 직접 개입한 것이다. 집회와 시위 자유는 사라졌고 중국을 비판한 신문사는 폐간됐다. 홍콩의 중국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은 일국양제 핵심 원리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 사람이 홍콩을 다스린다)’을 대놓고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으로 바꿔버렸다.

홍콩 상황을 지켜본 대만인들은 중국의 일국양제 약속은 뜬구름 잡기가 돼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대만에서는 한때 중국에 대해 우호적 여론이 커지면서 친중(親中) 정부가 세워지기도 했다. 대만인 군 의무 복무 기간도 대폭 축소됐고 중국과의 각종 협력 사업도 크게 늘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대만에서는 반중(反中) 정서가 더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은 ‘저신뢰(low-trust) 국가’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관련 정보를 세계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팬데믹을 더 키웠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보건기구(WHO) 현장 조사도 허용하지 않았다. 1년이나 지난 후에 WHO는 현장 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협조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구체적인 임상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세계 여러 나라와 WHO는 최근까지도 중국에 정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중국에 있으면서 “한국은 왜 중국을 싫어하는가”라는 질문을 중국인에게서 많이 받는다.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중국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국가든 신뢰가 붕괴되면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중국을 믿고 응원하는 한국인들이 남아 있다. 중국의 성장과 글로벌 파워로의 부상(浮上)이 주변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중국이 일국양제를 지키는지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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