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세계 6위 강국 대한민국, 정치는 왜 이 모양일까

전성철 변호사·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2023. 2.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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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치는 의원들 사이에 ‘보스’나 ‘졸개’ 없이
각자가 책임있는 헌법기관으로 민의 받들어
‘보스 정치’ 앞세워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한국
우리편 이익을 정의보다 앞세워 국민 외면 자초
잘못된 정치 시스템 개혁, 국정 우선순위 돼야

최근 미국의 유력 매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86국가에 랭킹을 매겼다. ‘강력한 나라’ ‘좋은 나라’ 등이 기준이었다. ‘강력한 나라’란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며 세계가 관심을 갖고 신뢰하는 나라다. 놀랍게도 이 기준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미국·중국·러시아·독일·영국 바로 다음이었다. 그러나 뿌듯함은 거기까지다.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즉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기준에서는 20위였다. 17위인 중국보다도 3단계나 밑이다.

왜 경제적으로는 괜찮게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독재국가, 중국 국민보다도 행복하지 못할까?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민의 행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 나라의 정치라는 사실이다. 스위스·영국·미국·스웨덴 등 국민 행복도가 가장 높은 열 나라의 공통점은 한 가지였다. 제대로 작동하며, 건강하고 원활하게 움직이는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었다. 이 관점에서 우리 국민의 낮은 행복도의 가장 큰 원인이 정치 구조라고 보는 것은 타당한 추론일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우리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일까? 한마디로 ‘싸움’이 많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격렬한 비난과 야유, 몸싸움, 농성이다. 그런데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는 건국 이후 200여 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다. 미국 정치에서 그런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미국과 한국의 정치는 같은 대통령제인데도 왜 이렇게 다를까? 미국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해서 그럴까? 천만에! 사실 범죄 강도와 빈도를 보면 미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다. 그런데도 정치는 우리에 비해 왜 저렇게 부드러운가? 나는 과거 워싱턴에서 몇 년 살 기회가 있었을 때, 정치학 전공자로서 그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적이 있었다.

한국 국회와 미국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왜 저렇게 다를까? 원인은 한 가지다. 그 나라 의원들 간에 소위 ‘보스’와 ‘졸개’라는 구분이 없다. 초선이든 10선이든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들은 모두 철저한 자율성, 독립성을 가진 대등하고 당당한 ‘헌법 기관’이다. 다른 말로 거기에는 어떤 의미에서건 ‘보스’도 없고 ‘졸개’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에게 내려지는 투표 지침, 즉,’ 당론’이라는 것이 없다. 누가 그런 것을 시도한다면 즉각 범죄 행위로 간주될 것이다. 같은 대통령제인데도 우리와 사뭇 다르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미국 정치의 ‘평화로움’의 원천이다.

미국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당당한 헌법 기관으로서 100% 자신의 양심과 지역구민의 의사를 고려해 당당히 토론하고 투표한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를 통해, 국민 전체의 뜻이 안건마다 의사당 안에서 한꺼번에 수렴됨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통해 미국 국민들은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200여 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 .. .

미국 정당에는 ‘보스’라는 것이 없고 있을 필요도 없다. 정당의 기능은 세 가지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념 정립, 당원 충원, 그리고 선거 지원 역할, 그것이 전부다. 우리와 가장 다른 점은 미국의 정당은 개별 정책 문제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도한다면 범죄 행위가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당에는 ‘정책 위원회’라는 것이 아예 없다.

정치 프로세스가 전체적으로 이러하니 투쟁과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다. 토론과 건강한 경쟁이 있을 뿐이다. 정치가 이렇게 움직이니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

그런 미국 정치의 모습은 내각제 국가 영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정권의 수임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통령제에서는 한 개인이 그 수임자인 데 비해 내각제에서는 정당이 수임자다. 그러니 정당 전체가 공동 책임을 지고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곳에는 보스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위 ‘당론’이라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당이 똘똘 뭉쳐 하나로 움직여도 국민은 아무 불만이 없다. 왜 그럴까? 불신임과 총선을 통해 언제라도 정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는 딱 한 가지 모순 그것이다. 전체 구조는 대통령제인데, 국회와 정당 운용은 내각제 방식이라는 점이다. 우리 헌법 초안자들에게 진정한 고민이 부족했다. 미국 정치 체제의 장점은 단순히 싸움이 없다는 것뿐이 아니다. 생산성도 대단히 높다. 각자가 당당한 헌법 기관인 의원들은 모두 전적으로 자기 책임 아래 뛴다. ‘당론’ ‘보스’ 뒤에 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나같이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상가 찾아다닐 시간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정부 질의와 응답은 대부분 대단히 전문적이고 수준이 높다. 이러니 장관들도 정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그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식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편’이 ‘정의’보다 우선하는 것을 자연히 당연스럽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정의’가 쉽게 희생되면 궁극적으로 쇠망한다는 것은 역사가 너무나 잘 보여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정치가 저 모양인 것은 국민의 수준도 정치인의 수준 때문도 아니다. 잘못된 ‘정치 시스템’ 때문이다. 시스템은 고치면 된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그 기준이다. 이런 거대한 국가적 과제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 대통령의 가장 우선적 과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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