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중국 기피하는 외교관들

김은중 기자 2023. 2.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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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외교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 중 하나인 미국 소재 한 공관에 복수의 인원이 지원해 경합하는 일이 있었다. 이럴 경우 사전에 의사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인사위원회가 열려 투표로 파견자를 선발하게 된다. 선호도가 높은 공관인 만큼 탈락했을 경우 ‘험지’로 가게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건 지원자의 몫. 그런데 최근 탈락된 외교관이 가게 된 곳은 중국의 어느 공관이라 외교부 안팎에서 소소한 화젯거리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너도 나도 가겠다고 손들었던 중국의 위상이 이 정도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는 요즘 외교부에 만연한 중국 기피 또는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차출(?)이 두려워 중국어에 능통하거나 중국 연수를 다녀온 사실을 함구한다는 이들이 부지기수이고, 젊은 사무관을 중국에 보내려 했다가 “차라리 휴직하겠다”는 엄포를 들었다는 괴담까지 떠돈다. 사드 사태처럼 중국이 완력을 과시할 때마다 반중(反中) 감정이 고조되고, 대중 외교 난도가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또 팬데믹 기간 나타난 중국 당국의 비과학적 방역 등 생활 환경이 주는 매력도 예전만 못하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는 ‘상호 존중’으로 요약된다. 혼밥에 수행 기자가 폭행을 당해도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 했던 전임 정부의 저자세 외교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들였던 시진핑 주석 방한(2014년이 마지막)만 하더라도 “이제는 중국이 올 차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이런 자세가 “시원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을 제대로 알고서 당당한 것과 모르면서 당당한 것처럼 보이는 건 다른 문제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선 ‘중국통’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용산은 미국통으로 가득하고, 외교부 장·차관 모두 중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다. 한창 중국을 배우고 부대끼며 관시(關係·인맥)를 쌓아야 할 ‘차이나 스쿨’(외교부 중국 라인)의 싹까지 마르면서 우리가 과연 중국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국을 ‘10년 내 최고 도전이자 세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한 미국은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국무부에선 이른바 ‘차이나 하우스’로 불리는 중국조정실이 신설돼 정보를 공유하고 부처 간 대중국 정책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의회에서도 ‘미국과 중국공산당 경쟁에 관한 특위’가 생겼고 비슷한 기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하든 협력하든 그만큼 중국을 제대로 알자는 초당적인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너무 늦기 전에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맞서 국익을 수호할 차이나스쿨 재건 방안을 얘기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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