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고 콤비, 8년 뒤 정반대로 갈렸다
MLB(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고교 1년 선후배 한국인 선수들이 정반대 처지에 놓였다. 한 명은 팀의 주전을 넘어 골드글러브(최우수 수비수) 후보에까지 오른 반면, 다른 한 명은 빅리그 입성은커녕 훈련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야탑고의 2013 청룡기 고교 야구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이끈 ‘키스톤 콤비’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박효준(27·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이야기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후보 최종 3인에 든 김하성은 2023 시즌(3월 31일 개막)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합류한다. 반면 박효준은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이었던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세 차례나 방출 대기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를 영입하려는 팀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 다가오는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빅리그 로스터 40명과 초청 선수 26명이 참가하는 브레이브스의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 선수는 야탑고 시절 함께 내야 수비를 책임졌다. 김하성이 1년 선배지만, 경기가 끝나면 한 방에 모여 그날 플레이를 복기하고 함께 간식 파티를 즐길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김하성·박효준의 키스톤 콤비는 고교 시절 최강으로 평가받았고, 둘의 활약으로 야탑고는 2013년 청룡기 준우승을 차지했다. 야탑고는 두 사람이 졸업한 이후인 2017년 봉황기에서 우승했지만, 당시에는 준우승이 야탑고의 주요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환상의 짝꿍이었지만, 고교 시절 더 두각을 드러낸 건 박효준이었다. 박효준이 2012년 입학하자 주전 유격수였던 김하성이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2루수로 옮겼다. 김하성도 수준급 유격수였으나 박효준은 ‘천재 유격수’라고 불릴 정도로 남달랐다. 김성용 당시 야탑고 감독(현 SSG 단장)은 “박효준은 유격수로서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 한국에서 이런 유격수가 다시 나오기 힘든 수준이다”라고 했었다.
성적도 박효준이 좋았다. 박효준은 고교 3년간 69경기에서 타율 0.355를 기록했고, 김하성은 67경기 타율 0.268에 그쳤다. 프로 진출 과정 역시 차이가 났다. 김하성이 2014 KBO(한국야구위원회) 신인 드래프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2차 3라운드 전체 29번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반면, 박효준은 고교 졸업도 하기 전이었던 2014년 7월 MLB 뉴욕 양키스와 계약금 116만달러(약 14억원)에 계약했다. 입단식도 서울의 고급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두 사람의 운명은 프로에 들어와서부터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다. 김하성이 입단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한 뒤 2년 차부터 주전을 꿰찬 반면, 박효준은 빅리그의 벽을 쉽게 넘지 못했다. 박효준은 미국 진출 당시 “3~4년 안에 빅리그에 입성하겠다”고 했지만, 7년 차였던 2021년에야 처음 마이너리그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사이 김하성은 KBO 최고 선수로 성장해 이적료 552만5000달러(약 67억5700만원)를 친정팀에 안기고 MLB에 입성했고, 2년 만에 리그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공교롭게도 김하성이 미국 무대에 데뷔한 해에 빅리그를 밟은 박효준은 별다른 존재감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김하성의 파드리스와 박효준이 속했던 파이리츠의 맞대결에서 김하성이 안타를 뽑아낸 반면, 박효준이 연장 승부치기에서 대주자로 나서 아쉬운 주루플레이로 승리 기회를 날린 장면은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박효준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일본 등 타국 리그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쉽지 않다. 미국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한 데다, 병역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20대 후반에 접어든 그를 영입하려는 팀이 나올지 미지수다. 국내 복귀도 여의치 않다. KBO 신인 드래프트를 포기하고 미국에 직행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뛰려면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한다. 김하성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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