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9] 통제와 감시의 그물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2.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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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그물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선이 착잡하다. 뭔가를 가두거나 잡아들일 때 쓰는 물건인 까닭이다. 그물을 가리키는 대표적 한자는 망(網)과 라(羅)다. 둘의 생김새는 비슷하다. 굳이 가르자면 ‘망’은 물고기, ‘라’는 새를 잡는 그물이다.

둘을 합쳐 ‘모두를 포함하다’는 뜻의 망라(網羅)로 적지만 본래 그 차이는 확연치 않았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성긴 듯해도 놓치지는 않는다(天網恢恢, 疏而不失)”는 ‘도덕경(道德經)’ 속 노자(老子)의 유명 언급을 보면 그렇다.

노자의 이 말은 자연의 법칙, 사람의 도리(道理) 등을 강조한 내용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저지른 사람은 그에 맞는 징벌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요즘 중국인이 잘 쓰는 성어 천라지망(天羅地網)은 통제의 엄격함을 지칭한다.

중국어의 그물은 ‘통치와 복속’이라는 정치적 개념이 짙다. 상(商)의 탕왕(湯王)이 그물의 세 면을 열어 사냥 대상을 풀어줬다는 고사가 대표적이다. 관용의 정치를 일컫지만, 한편으로는 제 권력 안으로 남을 널리 끌어들이려는 속셈도 담겨 있다.

현대 중국도 그 점을 잘 계승했다. 집권 공산당은 ‘천망(天網) 엔지니어링’을 가동 중이다. 얼굴 식별, 빅 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을 ‘망라’한 감시 시스템의 건설이다. 기차역, 호텔, 버스, 지하철 등 모든 영역에서 펼쳐진다.

14억 중국 인구의 동태를 낱낱이 들여다보려는 의도다. 중국의 감시 카메라는 2020년 현재 6억대를 넘었다고 전한다. 여기에 개인의 준법 여부와 신용, 건강 코드 등을 통한 감시 시스템까지 곁들일 계획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통제와 감시의 그물이다. 군중의 소요, 백지(白紙)를 든 항의가 벌어져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통치 권력의 그물 앞에서는 늘 생선과 고기[魚肉] 신세인 중국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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