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교원 임용절벽’ 폭탄 돌리기 끝내야 할 때

김승범 사회정책부 차장 2023. 2.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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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합격 후 발령까지 15개월
적게 뽑는데 교대 정원은 그대로
초등학생 수 10년 새 40% 감소
교원수급 불균형 대책 서둘러야
대구지역 공립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1월 2일 오전 대구 동구 동대구초등학교에서 예비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와 면담하고 있다./뉴시스

올해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하위 등급 성적으로 수도권 교대 정시모집 1차에 합격한 수험생이 화제에 올랐다. 이 수험생은 수능 6과목 전 영역에서 모두 가장 낮은 등급(9등급)을 받았다. 합격권에 들기 어려운 성적인데도 1차를 통과한 이유가 있다. 1차에서 모집 정원의 1.5배수를 뽑는데 경쟁률이 1.37대1에 그치면서 지원자가 모두 합격한 것이다. 이 수험생은 면접장에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을 안 보면 불합격이다. 교육계는 이번 일을 단순 해프닝이라기보다 교대 위상 하락의 단면을 보여준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 전국 10개 교대의 평균 경쟁률은 1.87대1로 작년(2.21대 1)보다 떨어졌다.

교사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알려진 대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가파르게 줄면서 교사가 예전과 같은 직업적 안정성을 누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는 114명.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까지만 해도 신규 초등 교사를 800~900명씩 뽑았다. 하지만 감소하는 학생 수에 맞춰 선발 인원을 줄여왔고 100명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이들이 언제 교단에 설 수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까지 임용시험 합격자 가운데 186명이 발령을 못 받고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초등 교사 임용시험 합격자가 발령까지 평균 1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교사 임용 인원은 감소 추세인데 교대 입학 정원은 최근 10년간 변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임용시험 경쟁률이 올라갔다. 중·고교 교사 임용 적체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원 수급 불균형 문제는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06년 교육부 용역 보고서에서 “수년 안에 초·중등 교원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수가 하루아침에 줄어든 것도 아니고, 교사 수요 감소는 예상됐던 것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은 반대로 갔다. 전국 초·중·고교생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50만명 감소했는데 이 기간 교사는 9만명 늘었다. 역대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원 공급과잉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결과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매듭이 더 꼬인 측면이 있다. 문 정부는 2017년 출범하면서 임기 안에 교사 1만6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1수업 2교사제’ ‘교사당 학생 수 감축’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교사 증원은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에 무게중심을 둔 문 정부 고용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러면서 문 정부가 내놓은 교원 수급 계획에는 문 정부 임기 이후에 감소 폭이 커지게 돼 있다. 다음 정부로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다. 문 정부가 시간을 잡아먹는 동안 ‘임용 절벽’은 더 깊어졌다. 그 사이 학령인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20년 272만명인 초등학생 수는 2030년 159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다. 향후 초등학생 수가 정부 추정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교원 수급 문제 해결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제주대와 제주교대를 통합한 것처럼 교대와 국립대의 통폐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원 조정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는 역량을 갖춘 교원 양성 시스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은 인공지능·소프트웨어 등을 가르칠 정보 교사 확보가 쉽지 않다. 반발이 예상되거나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꼭 해야 할 일인데도 하지 않는 그런 정부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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