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사람이 곧 콘텐츠다

경기일보 2023. 2. 3. 03: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예술대 교수

즐겨 쓰는 표어 중에 ‘사람이 콘텐츠다’라는 문장이 있다.

어느 강연에서 어떻게 사람이 콘텐츠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그 사람의 성과물인 콘텐츠의 제목이 떠오르는 사람, 그 사람은 곧 콘텐츠일 수 있다고 답을 했더니 수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종사하는 공연 분야에서 명성황후의 윤호진, 난타의 송승환을 예시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는 콘텐츠가 그의 머릿속에서 탄생했고 그 콘텐츠의 주인이라는 것, 그 콘텐츠가 20년 이상 장수하는 흥행작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콘텐츠에 평생 자신의 존재를 건다는 것이다.

영화나 여타 콘텐츠와 공연 콘텐츠의 차이점은 다른 콘텐츠는 일회성의 제작 후 그 결과물이 미디어 플랫폼에 의해 반복 재생돼 유통되는 데 반해 공연은 재공연할 때마다 새로 제작하듯이 참여한 모든 사람과 프로덕션이 실질적인 작업을 또다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을 노동집약산업이라고 하고 공연 콘텐츠의 프로듀서는 평생 그 콘텐츠를 재탄생시키는 창조자의 역할에 초심을 다독여야 한다.

얼마 전 송승환 감독은 19년 만에 다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을 올린 난타의 현장 사진을 생중계하듯이 전송해 줬는데 19년 전에 초연했던 뉴빅토리시어터 극장에서 다시 두드리는 난타의 울림이 감격적으로 전해졌다. 특히 19년 전 극장 앞에서 사진으로 남겼던 기념을 19년 만에 재현했는데 잘생긴 청년 같은 송 감독은 연륜과 지혜로 원숙해진 은발의 장인으로 변해 있었다. 25년 장수한 난타라는 콘텐츠가 곧 송승환이라는 입증이었다. 그리고 그 25년 세월 동안 한 콘텐츠를 성장시키고 완성시키기 위해 그가 치러야 했던 그야말로 피, 땀, 눈물은 강을 넘어 바다를 이뤘을 듯싶다.

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했던 창작 뮤지컬 영웅의 공연 현장에서 전율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공연 1년 전에 윤호진 감독이 구체적으로 묘사한 장면 장면이 똑같이 무대 위에서 구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콘텐츠에 대한 집요하고 치열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윤호진이란 이름이 곧 콘텐츠임을 부인할 수 없다.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으로 한국 뮤지컬 역사에 개척적인 기록을 스스로 계속 갱신하고 추가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콘텐츠로 두 공연을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뮤지컬 영웅은 뮤지컬 영화로 제작돼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으로선 새로운 역사가 또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콘텐츠의 실체는 그 콘텐츠를 탄생시킨 크리에이터와 프로듀서다. 무형의 가치인 콘텐츠의 존재감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사회 패러다임 속에서 사람의 창의적인 상상력과 그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치열한 열정과 노력 자체가 유형의 자산가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곧 콘텐츠임에 틀림없는데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창의적이고 집요하게 포기할 줄 모르고 스스로의 창의성에 평생을 거는 사람이 곧 콘텐츠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