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86] 개인적으로?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23. 2.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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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태 키웠던가. 사정이 있어 시골 개울에 푼 물고기가 머릿속에서 며칠을 퍼덕거렸다. 개나 고양이 보낼 땐 오죽하랴만. 하긴, 처음 장만한 차 폐차장 갈 때도 착잡하지 않았던가. 곁에 오래 둔 것은 생명체 아니어도 헤어지기 수월찮다. 이래서야 3년 넘게 써 온 마스크 훌훌 벗을 수 있으려나.

“5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만….” 감염병 자문위 위원장 말에 다른 궁금증이 솟았다. 개인적인 생각? 언론과 국민에게 정례 보고하는 자리에서 그걸 발표해도 괜찮은가. 모든 논의는 위원회나 각 본부를 중심으로 충분히 하리라고 토 달기는 했으되, 국민은 여럿이 뜻 모아 가다듬은 견해를 더 듣고 싶지 않을까.

같은 날 TV 뉴스에 출연한 통일부 장관도 ‘개인적으로’ 얘기했다. 남북 관계가 당장 달라질 기미가 없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답답한 마음”이라고. 분명 장관 자격으로 나온 이가 개인적인 마음으로 얘기하다니. 통일부나 정부는 그럼 답답함이 없다는 뜻인가. ‘개인적’이란 말은 이렇듯 섣불리 쓰기에 마땅치 않은가 하면, 입버릇처럼 써서 무의미하거나 진부(陳腐)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줄곧 다른 것들이 생각났다.’ 영화 얘기로 글을 시작한 어느 작가의 문장이다. 단체에 몸담았든 않았든, 개인 자격으로 쓰는 만큼 ‘개인적으로’라는 말은 거추장스럽건만.

라디오 방송 진행하는 연예인은 ‘개인적 스케줄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했는데…. “제가 사정이 있어서”라 말했더라면 좀 더 부드럽고 친근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대의를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는 정치인, 또 손해날 일이 닥치거든 ‘저는 손해 보더라도’ 하기를 권하고 싶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국회의원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준비해서 발표한 내용이니 입버릇은 아닐 테고. ‘사사(私私)로이 쓴’보다 구린 냄새가 어쩐지 옅어 보인다. 개인적인, 아니 제멋대로 하는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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