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유해물질,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기자 2023. 2.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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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과학적으로 다루다 보면 흔히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식재료에 포함되어 있거나 아니면 조리 과정 중에 만들어지는 유해물질에 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튀김의 경우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아크릴아미드라는 물질이 생성될 수 있는데, WHO에서는 이를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튀김을 먹으면 안 되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완전하게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1937년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리는 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센길이라는 제약회사가 기존에 항생제로 사용되던 ‘술파닐아미드’라는 물질을 액상 형태로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약을 복용한 사람 100여명이 사망한 대형 사건이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술파닐아미드를 녹이는 데 사용한 ‘디에틸렌글리콜’이라는 물질에 있었습니다. 오늘날 부동액의 원료로도 많이 쓰는데, 사실 여기에 독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당시 마센길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관련 법률도 미비했던 탓에 독성검사도 생략한 채 제품을 출시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1938년 신제품 출시 전 동물실험 등을 의무화하고 그 자료를 FDA에 제출하도록 하는 ‘식품의약품법’이 통과되었습니다. 1958년에는 당시 미국 하원의원이던 제임스 딜레이니의 이름을 딴 수정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 농약 등이 소량이라도 들어간 모든 제품은 FDA에서 승인받을 수 없도록 한 내용인데요, 소비자의 안전을 염려한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화학적인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이라면 검출되지 않았던 극미량의 물질들이 검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50년대 기술 수준으로는 1㎍(마이크로그램), 즉 100만분의 1g 정도가 검출 한계였지만, 오늘날은 1pg(피코그램), 즉 1조분의 1g까지도 검출이 가능하니, 무려 100만배나 더 정밀해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식품산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천연물질로만 만들어진 제품도 이 조항을 피할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요, 이에 1988년 미국 환경청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발암물질이더라도 위해를 미치지 않을 정도의 극미량이면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이라면 몰랐을 유해 요인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해물질은 자연에서도 존재하고 있으며, 조리 과정에서 미량으로 생성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양을 안전한 범위 내에서 조절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대처 방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생각으로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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