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과학 한 스푼] 유해물질,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요리를 과학적으로 다루다 보면 흔히 듣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식재료에 포함되어 있거나 아니면 조리 과정 중에 만들어지는 유해물질에 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튀김의 경우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아크릴아미드라는 물질이 생성될 수 있는데, WHO에서는 이를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튀김을 먹으면 안 되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완전하게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1937년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리는 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센길이라는 제약회사가 기존에 항생제로 사용되던 ‘술파닐아미드’라는 물질을 액상 형태로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약을 복용한 사람 100여명이 사망한 대형 사건이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술파닐아미드를 녹이는 데 사용한 ‘디에틸렌글리콜’이라는 물질에 있었습니다. 오늘날 부동액의 원료로도 많이 쓰는데, 사실 여기에 독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당시 마센길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관련 법률도 미비했던 탓에 독성검사도 생략한 채 제품을 출시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1938년 신제품 출시 전 동물실험 등을 의무화하고 그 자료를 FDA에 제출하도록 하는 ‘식품의약품법’이 통과되었습니다. 1958년에는 당시 미국 하원의원이던 제임스 딜레이니의 이름을 딴 수정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 농약 등이 소량이라도 들어간 모든 제품은 FDA에서 승인받을 수 없도록 한 내용인데요, 소비자의 안전을 염려한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화학적인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이라면 검출되지 않았던 극미량의 물질들이 검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50년대 기술 수준으로는 1㎍(마이크로그램), 즉 100만분의 1g 정도가 검출 한계였지만, 오늘날은 1pg(피코그램), 즉 1조분의 1g까지도 검출이 가능하니, 무려 100만배나 더 정밀해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식품산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천연물질로만 만들어진 제품도 이 조항을 피할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요, 이에 1988년 미국 환경청은 ‘무시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발암물질이더라도 위해를 미치지 않을 정도의 극미량이면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이라면 몰랐을 유해 요인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해물질은 자연에서도 존재하고 있으며, 조리 과정에서 미량으로 생성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양을 안전한 범위 내에서 조절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대처 방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생각으로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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