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개혁안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 2023. 2.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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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동안, 내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뉴스는 국민연금이었다. 시작은 지난주 토요일의 기금 고갈 뉴스였다. 국민연금기금 재정 추계를 했더니,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급기야 2055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것이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

기금 고갈 뉴스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가장 선정적인 반응은 1990년생부터는 연금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이 얘기는 작년에 나온 대기업 산하 연구원 보고서에 실렸던 대목으로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추계의 기금 고갈 시점인 2055년이 마침 1990년생이 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가 되는 시점이라서 다시 회자된 것이다. 물론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이 얘기가 엉터리인 첫 번째 이유는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제도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10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다수 국가는 약간의 여윳돈만 지니고, 그해 들어오는 보험료로 그해 연금급여를 지출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보험과 유사한 방식이다. 젊어서 보험료 내고 노후에 급여를 받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약속인데, 이는 예금자에 대한 은행의 원리금 지급 약속과 마찬가지다. 적어도 급여 지급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연금급여 못 받는 일은 없다”는 정부 관료의 해명이 맞다.

두 번째 이유는, 사실 이게 핵심인데,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되도록 손 놓고 있을 리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는 법정 의무사항이다. 국민연금법 4조2항은 5년마다 재정 추계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목적은 연금재정 안정화이다. 이 조항 바로 앞인 1항은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료 올려 지속 가능성 높여야

법률에 명시되어 있듯, 국민연금 재정 추계의 목적은 기금 고갈 시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미래 연금 재정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고, 균형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나오면 급여와 보험료 수준을 변경하여 균형이 유지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추계 기간을 2093년까지 70년으로 정한 이유도, 과연 올해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에게 안정적인 연금 수급을 보장할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평균 수명을 90세로 잡고, 20세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2093년까지 연금을 수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 추계 이후 어떤 후속 조치가 이뤄질까? 국민연금 재정 추계는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그래서 재정 추계에 따른 후속 조치도 복지부가 수행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에서 연금개혁특위라는 것을 설치하고, 재정 추계에 따른 개혁안을 논의 중이다. 연금개혁이 워낙 중대 이슈라서 복지부에만 맡겨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정 추계 결과 발표 이틀 뒤, 국회 연금개혁특위 내부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개혁안 도출을 위한 막판 작업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재정 추계 목적이 장기 균형 유지이니 개혁안의 중점도 균형 유지가 될 것이고, 그러려면 보험료 인상이 제시되어야 한다. 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낸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 때문이다. 균형이 이뤄지려면 더 적게 받거나 더 많이 내야 한다. 현행 급여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라서 적게 받는 것은 대안이 되기 어렵고, 천생 더 내는 것이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보험료를 얼마나 높여야 하나? 민간 금융기관의 연금을 생각해 보자. 민간의 연금제도가 계속 굴러가려면 원금에서 비용을 빼고 운용수익을 더한 만큼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국민연금은 운영비가 더 적고 별도의 이문을 남기지 않으므로 민간 금융기관보다는 급여를 보장할 수 있다. 게다가 뜻밖에도(!)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민간 연금보다 높다. 지금은 낸 것보다 두 배 이상을 준다. 그래서 급여를 그대로 둔 채 낸 것(+운용수익)만큼 주는 게 되려면 보험료가 적어도 지금의 두 배 이상, 즉 18% 이상이 되어야 한다.

노후소득보장 강화도 필수적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그렇지만 당장 그만큼 올릴 수는 없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보험료는 3%였다. 너무 낮다는 것은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일단 낮게 시작해서 차차 높이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35년이 지난 지금의 보험료가 9%이다. 물론 상황이 악화된 탓에 과거보다는 훨씬 빨리 올려야 한다. 향후 10여년에 걸쳐 과거 인상폭인 6%포인트 정도를 올려서 2030년대 중반에 15%가 되게 하는 것, 아마 이 정도가 한계일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일단 고갈 시점을 늦춰놓고, 장기적인 재정 안정화는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개혁 대안에 보험료 인상이 들어간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논란이 되는 것은 추가로 포함해야 할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성도 심각한 문제지만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취약하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그래서 국회 자문위 일각에서는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급여율을 높이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급여율을 높이면 낸 것과 받는 것 간의 균형은 더 악화된다. 그래서 급여율을 높이면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더 높여야 한다. 물론 보험료를 더 높이는 게 어려워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급여율 인상이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취약한 노후소득 보장의 주원인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적고, 수급자라도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연금제도를 갖춘 국가치고 우리처럼 보험료 낮은 나라도 없지만, 우리처럼 미가입자가 많고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이 짧은 나라도 없다. 그런데 미가입자와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들이야말로 정작 국가의 노후소득 보장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급여율 인상 혜택은 안정적인 직장에 오래 근무하여 연금 가입 기간이 긴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이들의 노후소득 보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퇴직연금 등 보완수단도 있다.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놓여야 할까.

조만간 나올 국민연금 개혁 대안에는 지속 가능성 향상과 함께 노후소득 보장 강화가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은 정말 노후소득 보장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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