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살펴바이오] 보툴리눔, 다 똑같은 거 아니냐구요?…`균`이 달라요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기사가 나갈 때면 이따금씩 주변에서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번에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좀 맞으려는데 어느 회사 제품이 좋냐?"는 것입니다. 효과와 효능뿐 아니라 안전성도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겠죠. 또 일부는 "해외 제품과 국내 제품이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툴리눔 톡신 업체는 크게 3가지 정도의 균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독소의 특성을 좌우하는 독소형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는 거의 모든 제품이 A형을 사용하고 있어 효능과 효과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보툴리눔 독소, 혈청학적 특성에 따라 분류
보툴리눔은 포자를 생성하는 절대 혐기성 세균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식중독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독소로, 전 세계적으로 토양과 수계에서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보툴리눔 독소는 혈청학적 특성에 따라 A형, B형, C형(C1·C2), D형, E형, F형, G형, H형 등으로 나눠집니다.
보툴리눔은 독소형마다 중독증을 유발할 수 있는 숙주나 매개체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람에서 보툴리눔 독소증을 유발하는 형은 A형, B형, E형, F형, H형 등 5종입니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 대부분 A형 독소 사용
또 독소형에 따라 마비를 유발하는 정도와 그 회복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C형 독소는 A형과 유사한 마비 정도와 지속을 보이지만, E형은 그 지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각각은 내성 측면에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독소는 'A형'입니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원조이자 대표격인 앨러간 '보톡스'는 A형 독소 중 '홀A하이퍼'(Hall A hyper)라는 균주를 사용합니다.
국내에서는 메디톡스가 이와 같은 균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9년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미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공여 받았다는 바로 그 균주입니다.
◇대웅제약, 국내 토양에서 균주 얻어
제테마는 2017년 영국 공중보건원 산하기관인 NCTC에서 톡신 균주 'ATCC3502'(영국 공중보건원 명칭 NCTC13319)를 상업용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도입했습니다. 휴온스는 국내 바이오 기업 바이오토피아로부터 ATCC3502 균주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종근당이 휴온스로부터 판매권리를 획득하면서 같은 균주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해외 제품 중에서는 멀츠의 제오민, 입센의 디스포트가 ATCC3502 균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얻은 균주, 휴젤은 부패한 통조림에서 발견한 CBFC26 균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 B형·E형 독소 활용해 개발
앞서 살펴본 A형 독소 제품 외 B형 독소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보툴리눔 톡신 제품으로는 슈퍼너스 파마슈티컬스의 '미오블락'이 있습니다. 이어 아직까지 제품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니바오는 세계 최초 E형 독소를 활용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등 각국에서 1곳 또는 소수의 보툴리눔 톡신 생산 및 개발 업체가 있는 것에 비해 국내에는 유독 많은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4월 한국미생물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 분야 권위자인 폴 카임 노던 미 애리조나대학교 생물학 석좌교수는 한국에서 유독 다양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다수 발견되는 것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유는 모른다"며 "일부 균주의 경우 출처가 미상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해외에 비해 신고 절차 비교적 간단해
국내에 유독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많은 이유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간단한 신고 절차가 꼽히기도 합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균주 출처와 별개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보툴리눔 시장에서 점차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국내 미용 및 성형 의료 산업도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K보툴리눔 톡신이 글로벌로 진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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