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세계 최강 탱크 우크라 전선으로, `전쟁이 바뀐다`

박영서 2023. 2.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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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독 자국 탱크 성능 시험대될까 우려
푸틴에게 전쟁종식 압박용 지원 의미도
젤렌스키 요구한 300~500대엔 못 미쳐
러시아 탱크 약세, 도착 전 공세 펼수도
무기 지원, 러 공세 접고 협상 재개해야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戰車)로 평가되는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확전을 우려해 주력 탱크 지원을 꺼려왔던 두 나라가 결단을 내리면서 전황에 상당한 변화가 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獨, 주력 전차 지원으로 선회

당초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탱크를 투입하면 전쟁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지원을 주저했었다. 특히 독일은 신중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독일은 패전 이후 침략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자국산 무기는 물론 다른 나라가 보유한 독일산 무기의 수출도 엄격하게 통제해 왔었다.

더구나 독일은 러시아에 대해 '역사적' 부채 의식도 가지고 있다. 독소전쟁 때 독일군은 러시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당시 죽은 러시아 사람은 군인·민간인 포함해 무려 2000만명이 훌쩍 넘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레오파르트2의 '무적 탱크' 위상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예상 밖으로 레오파드2가 러시아군에 격파되면 '거품'은 터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레오파드2는 국제 무기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하지만 서방 동맹국들의 외교적 압박은 컸다. 미국이 입장을 바꿔 에이브럼스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 부담감을 크게 안겼다. 독일로서는 탱크 지원을 하지 않는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독일 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레오파드2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동맹국들이 보유한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것도 승인키로 했다.

유럽에서는 독일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그리스, 헝가리, 노르웨이, 폴란드 등 유럽 13개 군대가 2000대 이상의 레오파드2를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가 주력 탱크를 지원한다는 것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나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지원은 1년 가까이 지났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한 위기감에서 이루어졌다. 미국과 독일의 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력한 군사적 지원을 과시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의 전차 지원이 이뤄지자 "미국과 유럽은 완전히 단결했다"며 협력을 자랑했다. '공세용 무기'인 전차 지원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변곡점을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탱크 군단', 러시아 밀어낼 수 있을까

탱크 투입은 전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구축한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선 이동성과 강력한 화력을 갖춘 탱크 운용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탱크 지원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줄기차게 탱크 지원을 외쳐왔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서방 주력전차 300~500대 지원이었다. 목표치에는 못 미치나 고대했던 지원은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300대가 넘는 전차를 지원받는다고 밝혔다. 바딤 오멜첸코 주프랑스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말 프랑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협력국으로부터 지원받는 전차가 321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별 구체적 지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일단 미국이 31대의 에이브럼스 신형 모델을, 독일이 14대의 레오파드2를 각각 지원한다. 영국은 14대의 챌린저2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폴란드는 레오파드2 14대, 자국 주력 PT-91 트바르디 30대를 포함해 모두 60대의 전차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4대의 레오파드2를 보내기로 했다. 다른 나토 회원국들도 전차 제공을 차례로 발표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규모 탱크 부대를 구성할 수 있다. 탱크의 힘으로 우크라이나는 지상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은 급상승할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독일 전차군단'까지 맞상대해야할 지경이 됐다. 러시아군 탱크는 대부분 옛 소련 시절 개발된 T-72 계열 모델이다. 모두 구형 전차들이다. 반면 에이브럼스, 레오파드2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탱크다. 탱크 전력에서 러시아는 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에이브럼스는 이라크군의 소련제 T-72 전차를 차례차례 격파한 바 있다.

러시아는 다급해졌다. 러시아에서 탱크는 승리의 상징적 존재다. '대조국 전쟁'으로 불리는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의 'T-34'는 나찌 독일 격파의 기념비적 주역이었다. 그런데 독일의 레오파드2가 우크라이나의 광대한 평원에 등장해 러시아 전차를 부숴버리면 러시아 국민들은 큰 굴욕감을 맛볼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이 최신 탱크를 전면에 내세워 지상전에서 역공세를 가하기 전에 먼저 대규모 공세를 펼쳐야 한다. 탱크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되기까진 두 달 안팎이 걸릴 것이란 점을 보면 러시아의 대공세 시기는 2월이나 3월 정도로 관측된다. '춘계 대공세'가 예상된다.

◇전쟁 끝낼 정답은 '외교 협상'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서방이 원조 피로로 인해 균열을 일으켜 종국적으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진영의 단결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서방은 탱크 뿐만 아니라 전투기까지 지원할 태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F-16 등 최신 전투기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대러 강경국으로 꼽히는 폴란드와 네덜란드 정부 역시 전투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은 아직까진 신중하다. 앞으로 우크라이나는 전투기 지원에 한층 목소리를 키울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되면 미국과 독일도 입장을 바꿀 수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쉽게 물러설 나라는 아닌 듯 하다. 서방의 탱크 제공에 대응하면서 공세를 강화할 위험이 높다. 탱크 제공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핵무기 보유국이다. 최악의 경우 핵을 선택할 수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로'라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러시아군을 철수시키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이것은 전쟁을 심화시킬 리스크를 안고 있다. 서방은 군사적 압력뿐만 아니라 외교적 노력도 쏟아야 한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결국 이 전쟁도 과거의 많은 전쟁과 마찬가지로 협상 테이블에서 끝날 것"이라며 외교협상을 통한 타결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휴전의 길을 닦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나토는 구체적인 휴전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는 24일이면 전쟁 1년이 된다. 더 이상 무고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생명을 잃어서는 안된다. 전쟁 확대를 억제하기위한 국제적 노력이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냈던 '한국전쟁'의 비극을 재연시킬 것이다. 출구가 안보이는 치킨 게임을 종식시켜야 한다. 무기가 아닌 지혜를 모아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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