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새똥 닮아 이름 지어진 ‘새똥하늘소’

2023. 2. 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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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오면 많은 곤충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분주히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생태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닮은새똥하늘소는 새똥하늘소보다 조금 늦은 4월 말에 활동을 시작하며,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를 먹이식물로 하기 때문에 두 종이 서로 만날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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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오면 많은 곤충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분주히 활동을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비, 꿀벌 등이 주로 봄에 활동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용히 봄소식을 먼저 알려주는 곤충이 있다. 바로 몸 색깔이 마치 새의 똥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새똥하늘소(Pogonocherus seminiveus)’이다.
새똥하늘소는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의 곤충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살고 있지만 크기가 아주 작고 모양과 색깔이 마치 새똥과 같아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모든 생활사는 먹이식물인 두릅나무에서 이루어지는데, 성충은 이른 봄부터 활동하면서 두릅나무의 새순과 수피를 가해하며 산란하고, 알에서 나온 유충은 수피 아래 형성층 부분을 먹고 성장하다가 목질부까지 파고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가을쯤 우화하여 나무 속에서 성충으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이 오면 새순이 올라오기 전에 밖으로 나와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른 봄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 2월 중에도 관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새똥하늘소와 비슷한 종으로 ‘닮은새똥하늘소(Pogonocherus fasciculatus fasciculatus)’가 있다. 이 두 종은 몸의 크기와 새똥을 닮은 몸의 색깔까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딱지날개 끝에 뾰족한 가시의 유무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생태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닮은새똥하늘소는 새똥하늘소보다 조금 늦은 4월 말에 활동을 시작하며,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를 먹이식물로 하기 때문에 두 종이 서로 만날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경쟁은 피하고 새똥이라는 보호색을 무기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크기가 작고, 새똥을 닮은 모양새가 우습게 보일지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험난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전략 귀재이다. 천적의 눈을 피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승규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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