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자 되기 전에 늙고 있다… “美 추월은커녕 ‘피크 차이나’”

성유진 기자 2023. 2. 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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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ver Story] 성장 잠재력 약화 ‘피크 차이나’론 힘 받는다
그래픽=김의균

일본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매년 말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2035년까지의 중기 경제 전망을 발표해 왔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20년 “중국이 2029년 명목 GD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2021년엔 중국의 성장 속도 둔화를 들어 추월 시점을 2033년으로 늦췄다. 작년 말엔 아예 “세 번째 임기를 맞이한 시진핑 체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 선진 기술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 경제는 2035년까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며 “노동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2036년 이후에도 미국을 능가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G2(미국·중국)’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래 많은 전문가들이 2030년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며 예전의 낙관론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이 여러 면에서 정점을 찍고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이른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論)이다. 중국은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말 변곡점에 도달한 것일까, 아니면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숱하게 등장했다 사라진 또 하나의 서구발(發) 비관론에 불과할까.

◇올해는 반등, 내년부턴 물음표

피크 차이나론에 불을 당긴 건 지난해 3%에 그친 중국 경제 성장률이다. 중국 정부 목표치 5.5%에 크게 못 미친 것도 놀랍지만, 중국의 성장률이 전 세계 경제 성장률(IMF 추정 3.4%)을 밑돈 것은 1976년 이후 처음이라 더 충격을 줬다.

물론 올해는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반등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올 춘절 연휴 특별수송 기간(1월 7일~2월 15일) 중국 내 이동 인구가 21억명으로 작년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관광지에서의 소비자 지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호텔에서의 지출은 8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중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5%로 직전 전망치(5.2%)보다 올려 잡았다.

문제는 리오프닝 효과가 가라앉은 이후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상반기 중 V자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위드 코로나’ 효과가 소멸한 이후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견인할 동력이 아직 부재하다”며 “해소되지 못한 부동산 부실이나 미·중 갈등 같은 근본적 문제들이 중국 경제의 안정적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각국 연구기관은 중국의 중·장기 경제 성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는 작년 “중국의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2030년까지 약 3%, 2040년까지 약 2%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진핑 주석이 작년 10월 공언한 ‘2035년 중진국 도달’ 목표에 필요한 연평균 경제 성장률(4.7%)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인구 보너스 끝났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근거는 인구 구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선 956만명이 태어났고 1041만명이 사망했다. 지난 1961년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과 이에 따른 대기근 이후 중국에서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감소 여파로 중국은 올해 인도에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를 내어주게 될 전망이다. 일부 기관에선 이미 작년 말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했다고 보기도 한다. 이푸셴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연구원은 “중국의 인구는 정부 당국이나 UN 예측보다 9~10년 일찍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중국의 모든 경제·사회·국방·외교 정책이 잘못된 인구 전망 데이터에 기반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노동력 유입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인구 보너스’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다. 중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이미 2013년 10억100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정점(75.4%)에서 2021년 68.3%까지 하락했다. 현재 중국의 중위 연령은 38세로 인도(28세)보다 높고, 2050년이면 50세로 미국(42세)보다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UN이 추정한 인구 구조 변화만으로도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21년 대비 2025년 0.1~0.5%포인트, 2030년 0.3~1.2%포인트, 2035년 0.6~3.0%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력 대비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다. 국가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양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21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는데, 이는 한국·일본 등과 비교해 1인당 GDP가 현저히 낮은 시점에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것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시점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2600달러로, 미국(5만5100달러·2014년), 일본(3만9900달러·1994년), 한국(3만3400달러·2018년) 등과 격차가 크다. 영국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가고 있다”며 “이는 증가하는 의료 비용,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노인 돌봄 서비스의 작동 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중국 안후이성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중국은 출생률 급락 여파로 1961년 대기근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인구 감소를 겪었다. /AP 연합뉴스

◇부동산 침체, 일본식 장기침체 부를까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1년 중국의 주거용 부동산 판매 면적은 15억7000만㎡(4억7500만평)에 달했는데, 전문가들은 느려진 도시화 속도와 감소하는 인구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이 수치가 정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부가 부동산 업체들의 과도한 부채 단속에 나서면서 부동산 경기는 이미 2021년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헝다그룹 등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줄줄이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공사를 중단한 아파트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주택 구매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중국지수연구원(CIA)에 따르면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매출은 작년 7조600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41% 감소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중국 정부는 작년 말 공사 재개를 위한 자금 지원 같은 경착륙 방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가 애초 규제에 나섰던 근본 원인인 과도한 부동산 거품과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전면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쓰기는 어렵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년간 부동산 과열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한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고 중국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부문(건설·자재·가구 등 전·후방 산업을 모두 포함)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중국에서 직·간접적으로 부동산은 생산의 약 23%, 최종 수요의 약 26%를 차지한다”며 “부동산이 중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의 지속적인 침체는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년’과 비슷한 장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격해지는 미·중 갈등

중국이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부동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는 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해지고 미국이 동맹국을 모아 중국 배제에 나서면서 이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미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새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일본과 네덜란드 총리를 잇달아 만나 수출 통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고, 최근 두 나라 모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가 실행되면 일본 니콘과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 등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중국으로 관련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 앞서 지난 2020년 비슷한 제재를 받았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는 이듬해 매출이 급락한 바 있다.

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최첨단 기술 개발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부터 자율주행, 로봇까지 주요 미래 기술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5G·6G 같은 차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개발도 지연될 수 있다. 로위연구소는 “최근 몇 년간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일본의 기술적 파급 효과는 매년 중국의 생산성 향상에 약 0.3%포인트 기여했다”며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서구 시장과 기술에 대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접근으로부터 상당한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 중국은 더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 여파로 탈(脫)중국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대부분 제품을 중국에서 조립하는 미국 PC 제조업체 델은 2024년까지 중국 반도체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또 다른 업체 휴렛팩커드(HP)는 베이징에 기반을 둔 반도체 회사 칭화유니그룹과의 합작 투자에서 손을 뗐다. 중국에서 인도·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는 애플도 아이폰의 인도 생산 비중을 올해 5~7%에서 2025년 25%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그래픽=백형선

‘붉은 깃발-시진핑의 중국이 위험에 처한 이유’ 저자인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중국이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선 이미 정점에 도달했거나 통과했다고 본다”며 “그 경로를 바꾸려면 국가보다 시장, 공기업보단 사기업, 그리고 부(富)를 국가에서 민간으로 재분배하는 경제 개혁이 필요하지만 시진핑의 중국이 이를 할 수 있거나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관론 과도” 반박도

중국 내부에선 이런 비관론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21년 기준 17조7300억달러로 3위인 일본(4조9400억달러)을 압도한다. 2~3%대의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하더라도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자리는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UN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2050년까지 여전히 13억명 이상으로 유지될 테고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시장으로 남을 것”이라며 “교육 수준도 높아져 인구 양적 우위에서 질적 우위로 전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당국이 당면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 중국은 이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세 자녀 허용과 세금 감면, 보육원 확대 같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도시화율(65%)도 일본(92%)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라 발전 여지가 남아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베이츠 길 이사는 “장기적으로 중국은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 같은 심각한 경제적 역풍에 직면할 테지만 만약 이런 도전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2030년대 초·중반쯤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남부 관광지 하이난성 싼야시의 인터내셔널 면세 쇼핑콤플렉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쇼핑하는 사람들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에 기회가 되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폴 샤레 신(新)미국안보센터 부소장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중국 기술 기업은 공급이 불확실한 외국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신 국내 반도체 공급 업체로 눈을 돌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추구해왔지만 달성하지 못했던 반도체 독립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방 국가들 역시 중국을 마냥 배제하긴 어렵다. 가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과 지멘스, 도이체방크 CEO 등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하며 유럽의 탈중국 움직임에 균열을 냈다. 그는 방중 하루 전 올린 글에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경제·무역 상대”라며 “우리는 중국과 분리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미국 역시 반중 노선과는 별개로 중국과의 교역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2016년 1160억달러에서 2021년 1510억달러로 늘었고, 수입액 역시 같은 기간 4620억달러에서 5050억달러로 증가했다. 알리 웨인 유라시아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미·중 디커플링에 관해선 수사(修辭)가 늘 현실을 앞지른다”며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적 연결 고리를 완전히 끊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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