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6개월 연장한 미얀마 군부 “총선 치를 준비 안 됐다”

김서영 기자 2023. 2. 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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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등 부족”…소선거구제 → 비례대표제 변경도 주장

미얀마 군부가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연장하며 “총선을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댔다.

2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300여 타운십(구) 중 절반 이상에서 보안과 안전성이 부족하다”며 “여전히 정확한 유권자 명단과 자유로운 투표로 총선을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주와 지역에서 동시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도시 지역에서만 총선을 치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소선거구제인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제로 할 경우 친군부적인 소수민족 정당의 원내 진입이 용이해질 것으로 군부는 보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 2주년을 맞은 지난 1일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미얀마 헌법 425조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는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군부는 2021년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키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후 6개월씩 두 차례 연장했다.

헌법에 반해 국가비상사태를 재선포한 군부는 “국가가 여전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방위군(PDF)을 주축으로 한 민주세력이 ‘테러’를 벌이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이 선거사무소 공격 등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어 비상사태를 연장하고 총선도 미룰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난해 말 군부는 올해 8월 전에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인명부 작성 작업을 진행하는 등 선거 준비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애초에 불공정한 선거이며, 제때 치러질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민족민주동맹(NLD)의 아웅 치 늉은 “군부가 정권을 연장했지만 이는 불법”이라고 미얀마나우에 밝혔다. NLD는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얀마 군부가 국가비상사태 연장을 결정하자 미얀마 시민들은 바깥 활동에 나서지 않는 ‘조용한 파업’으로 군부에 항의했다. 태국과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미얀마 민주화에 연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미국은 “불법 통치와 국가의 고통을 연장하는 군부 비상사태 체제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호주 등 서방은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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