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아다니그룹 “유상증자 계획 취소”
주가 폭락 등 최대 위기
회장 “재무제표 건전”
아시아 1위 부호도 내줘
미국 행동주의펀드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 보고서로 타격을 입은 인도 아다니그룹이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1일 밤(현지시간) 돌연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다니그룹은 주가가 폭락하고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는 등 연일 위기를 맞고 있다.
아다니그룹 주력사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이날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룹을 이끄는 가우탐 아다니 회장(사진)은 “오늘 시장은 전례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의 주가 또한 변동을 거듭했다”며 “이런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이사회는 증자를 계속하는 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3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알나하얀 왕가의 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 홀딩 코’(IHC)의 참여 등에 힘입어 유상증자 일반공모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 주가가 이날까지 급락을 이어가자 결국 유상증자 절차를 철회했다. 이날 인도 뭄바이 증시에서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는 28.45% 하락했다. 역대 최악의 하락폭이다.
이는 공모가 하단보다 크게 낮아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날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의 주가도 2~28% 빠졌다.
지난달 24일 힌덴버그 리서치가 아다니그룹과 아다니 회장 일가의 부정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아다니그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아다니 일가가 카리브해, 모리셔스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우고 횡령과 돈 세탁, 탈세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아다니그룹의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면서 공매도를 걸었고, 이후 증시에 상장된 아다니 계열사 주가는 줄줄이 추락했다.
이번 사태의 여진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아다니 회장은 포브스 부자 순위 3위에서 15위로 내려앉았다. 현재 9위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에게도 밀려, 인도는 물론 ‘아시아 1위 부호’ 자리도 뺏겼다. 아다니 회장의 자산은 약 1200억달러(약 147조원)에서 약 751억달러(약 92조원)로 줄었다.
아다니그룹은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취소에 따라 앞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더 잃게 되리란 분석이 나온다.
아다니 회장은 성명에서 “우리 재무제표는 강한 현금흐름과 안전한 자산을 보유해 매우 건전하다. 부채 상환 기록도 완벽하다”며 “계속해서 투자자의 지지를 얻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공모가 취소됨에 따라 공모 참가자들의 투자금은 환급될 예정이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아다니그룹사 주가 폭락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로이터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SEBI는 힌덴버그 보고서에 담긴 주가조작 혐의 등도 살피고 있으며,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유상증자 과정에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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