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 인간의 본성 탐구 발칙한 도발
1억원 판매 논란 바나나 ‘코미디언’ 등
조각·설치·벽화·사진 작품 38점 전시
2011년 美 구겐하임전 이후 최대규모
리움미술관서 7월 16일까지 선보여
관람은 무료… 사전에 온라인 예약 필수
특유의 블랙유머로 삶의 폐부를 찌르며 현실을 예리하게 비평하는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전시는 처음이다. 미술관 로비와 M2 전시장 등 3개 층에서 조각, 설치, 벽화와 사진 등 총 38점을 선보인다.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다.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가 주를 이루는 그의 작품 대부분은 미술사를 슬쩍 도용하거나 익숙한 대중적 요소를 교묘히 이용한다. 나아가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일화를 선보이면서 무례하고 뻔뻔한 태도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린다.
바닥에 나란히 놓인 아홉 개의 조각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묘사된 신체 부위는 없지만 천으로 덮은 시신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누가 어떻게 희생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유추하게 된다. 미디어를 통해 참사 현장이나 죽음의 재현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건사고 중 한 장면을 펼쳐놓은 듯한 이 작품의 이름은 ‘모두’다. 아홉 개의 얼굴 없는 대리석 조각은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념비로, 보는 이 각자에게 깊이 새겨진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섬세하고 현실적인 천의 주름 표현은 18세기 이탈리아 예술가 주세페 산 마르티노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처럼 숭고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마치 참혹한 현장임에도 구경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이밖에도 온통 검은 성조기에 페인트로 총격을 가한 듯한 작품은 잦은 총기사고로 시름이 깊은 미국 사회를 조명하고 거꾸로 선 경찰관들은 무기력한 공권력을 상징한다. 마치 참전용사 추모기념비처럼 제작된 검은 비석은 영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A매치 경기에서 패배했던 역대 기록을 새겨 런던 전시회에 맞춰 내놓았던 작품이다. 전시장 높은 곳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영화 ‘양철북’ 속 오스카는 자라기를 멈춘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르게 보길 바란다. 종종 북을 쳐 대며 우리의 주의를 일깨운다.
카텔란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다양한 직군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며 비로소 미술계에 진입했다. 변곡점이 많은 그의 인생사는 전형적인 미술가 유형을 벗어나 스스로를 ‘미술계의 침입자’로 정체화하고, 제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정관념 깨뜨리기에 일관했다. 일상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차용하면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넘나들어 ‘뒤샹의 후계자’로도 평가받는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사전 온라인 예약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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