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전세금, 법률상담 해드려요”…인천에 문 연 전세피해지원센터
피해자 상담 하루 20건 넘어
2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더샵 부평센트럴시티 상가 3층에 마련된 전세피해지원센터. 정부 주도로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큰 인천에 지난달 31일 문을 연 이 센터에는 전세피해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문을 열자마자 두 아들과 함께 온 A씨(60)는 전세금보증금을 못 받아 새집으로 이사를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인천 서구에서 3억원에 전세로 살던 A씨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를 해야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한 달째 못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집 주인에게 3개월 전부터 이사 간다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다”며 “새집으로 이사도 못하는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천안에서 2시간 걸려 센터를 찾은 B씨(42)는 전세금 1억2000만원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부평에 살다 지난해 말 천안으로 이사한 B씨는 “집 주인은 세입자가 들어오면 전세보증금을 준다고 했는데, 석 달째 주지 않고 최근엔 전화도 안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남동구 빌라에 사는 신혼부부인 C씨(37)는 임대사업자가 전세보증보험에 들면 보험료를 대신 내주겠다고 했는데 지급도 안 하고, 최근엔 임대사업자의 대리인이 파산신청을 해 전세금 2억원을 날릴 위기라고 전했다. C씨는 “알고보니 임대사업자가 빌라 100채를 넘게 갖고 있는 상태로 살고 있는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는데도 임대사업자는 연락조차 안 된다”고 호소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가 문을 연 첫날인 지난달 31일 15건, 이틀째인 지난 1일은 23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전세피해 대부분은 경매가 진행돼 길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세입자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긴급 주거와 금융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는 1556건으로, 국내 전체 5443건의 29%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미추홀구에서만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오피스텔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건수가 1200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전세피해가 급증하자 국토부는 HUG와 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참여하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서울 강서구에 이어 인천에 두 번째로 개소했다. 이곳에서는 전세피해 확인서 발급과 금융 및 긴급 주거지원 안내, 무료 법률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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