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대 연봉에도 공공의료 ‘구멍’

김정훈 기자 2023. 2. 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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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의료원 내과의 10개월 공모 끝 지원자 3명뿐
계약직·‘군수 지시 따르라’는 조건 붙어 최종 채용 불투명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 전경. 이 의료원은 지난해 4월 이후 내과 전문의가 부재해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남 산청군이 연봉 3억6000만원에 산청군보건의료원에서 일할 내과 전문의를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청군이 제시한 높은 연봉에도 두 차례나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구인에 나선 지 10개월 만에야 3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산청군보건의료원 업무대행의사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 3차에 3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중 타 지역 의사는 2명, 경남도 내 의사는 1명이다. 의료원은 이달 중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합격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용조건은 연봉 3억6000만원에 2년 계약으로,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연봉은 전국 보건의료원 15곳 평균을 웃돈다. 다만 농촌 의료 현실과 의사들이 기피하는 채용조건 등으로 최종 채용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산청은 인구 3만4028명으로 ‘인구감소지역’이다.

산청군보건의료원은 지난해 4월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이 만료됐지만 후임자를 받지 못해 내과 전문의 부재가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신 마취통증과 등 다른 전문의들이 진료를 보고 있다. 이들은 감기 등 가벼운 진료는 할 수 있지만 혈압과 인슐린 처방 등 전문적인 진료는 불가능하다.

경남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2021년부터 2년 동안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를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청군민들은 내과 진료를 받으려면 인근 진주나 거창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결국 산청군은 지난해 11월 국립 경상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매주 1차례(수당 60만원) 4시간씩 당뇨·갑상선·골다공증 등 내분비질환 진료 지원을 받고 있다.

산청군이 의사에게 제시한 채용조건도 걸림돌이다. 산청의료원 전문의는 업무대행 의사로, 1~2년마다 연장하는 계약직이다. 사실상 개인이 의료사고나 분쟁에 책임을 지기 위해 손해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사업자’에 가깝다.

특히 업무대행 계약서에는 ‘산청군수의 정당한 지시에 따라야 한다’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자칫 군수가 의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지역 의사단체 관계자는 “채용조건이 추가 진료를 봐야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산청군 지역보건의료사업 업무대행에 관한 조례’와 다른 지자체의 관련 조례를 참고해 계약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공고대로 채용할 것”이라며 “추가 진료 등 세부적인 조건은 협의를 통해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공공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자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사 전수조사와 정책 연구에 나섰다. 경남연구원 자료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2.5명에 그쳐 전국 평균인 3.1명보다 적다.

이언상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남 18개 시·군 중 14개 시·군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돼 있다”며 “의료인력 확보 전담부서 신설,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등 경남도와 정부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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