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집 비운 엄마…두 살배기 아들 홀로 숨져

엄마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
“일하다 술 마셔 못 들어가”
주민등록·실거주지 달라
생활고에도 도움 못 받은 듯

한겨울에 사흘간 집에 홀로 방치돼 있던 생후 24개월 아이가 숨졌다. 사망한 아이의 엄마는 경찰에 체포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씨(24)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군(2)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아들과 둘이 살아온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집을 나가 이날 오전 2시에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48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A씨의 119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는 남편과 별거 중으로 별다른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에게서는 양육비와 생활비로 일주일에 5만~10만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그간 생활고를 겪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살던 빌라 우편함에는 도시가스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우편물이 꽂혀 있었으며 집 현관에는 단수 및 계량기 철거를 알리는 상수도 미납 고지서도 붙어 있었다.

A씨가 외출해 집을 비운 지난달 30일 이후 영하권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만큼 B군이 혼자 집에서 추위에 떨었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를 홀로 두고 사흘간 외출한 이유와 관련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일을 도와줬는데 아침저녁으로 밥도 못 먹고 일했다”며 “일이 늦게 끝났고 술도 먹게 돼 집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 모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정부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학익2동이지만 주민등록상 주소는 숭의1·3동으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살던 학익2동 행정복지센터는 A씨 모자가 거주하고 있는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지 등을 알지 못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A씨 모자 가정과 관련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도 “숨진 B군은 비슷한 또래의 정상적인 몸무게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또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