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관련 보고 진술 안 한 정의용, ‘북 주민은 국민’ 검찰 주장에 반박

이혜리 기자 2023. 2. 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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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구속 기소로 끝낼 듯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한 의혹을 받는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이 검찰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북송 사건을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정 전 실장을 조사하면서 북송 사건이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북송 결정을 누가 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청와내 내부 시스템에 탑재된 국가안보실 생산 문서들을 정 전 실장에게 제시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 전 실장은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언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보고했는지는 국가안보 사항’이라며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았다. 정 전 실장은 이 같은 내용을 외부로 알리는 게 북한을 이롭게 하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은 대신 “(북송에 대해)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사람은 안보실장”, “안보실과 국정원 등 관계기관 보고를 받고 내가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북한 주민(탈북 어민)은 곧 한국 국민’이라는 검찰 주장을 중점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북송 조치를 위법하다고 보는 핵심 논리가 바로 탈북 어민도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보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은 헌정질서나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측면을 따져볼 때 북한 주민을 모든 분야에서 획일적으로 한국 국민으로 여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정 전 실장은 검찰 논리대로라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러 온 북한 선수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하고, 이들이 다시 북한에 가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 어선은 나포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북한 어선은 나포한 뒤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북한 주민을 합동신문 조사한다는 점도 근거로 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한국 국민에 대해선 위법한 조치이지만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위법한 조치로 다뤄오지 않은 것을 봐도 검찰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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