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대란에 재검침…점검원 “요금이 올라서” 해명 진땀
계량기·배관 고장 문의 많고 ‘요금 불만’ 하소연에 짜증도
다음달 요금 미리 알려주는 점검원도 전에 없던 ‘감정노동’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김윤숙씨(55)는 요즘 자다가도 읊을 수 있는 말이 있다. “고객님 작년에 가스요금이 그 전년보다 34.3% 이상 올랐어요. 또 12월에 한파가 갑자기 왔잖아요….” 점검을 위해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날아드는 질문 때문이다. 왜 이렇게 올랐냐, 다음달엔 더 오르냐, 보일러가 고장 난 게 아니냐…. 질문은 각양각색이다.
난방비 고지서에 찍힌 액수를 납득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도시가스 점검원들을 먼저 향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김씨와 동행하며 ‘난방비 대란’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요즘 상반기 가스 안전점검을 위해 담당 구역을 돌고 있다. 3600가구를 담당하는 김씨는 매일 70~120가구쯤을 돈다. 문을 열어주는 곳은 30~35가구. 사람이 없는 곳은 세 번까지도 들른다. 원래 바쁜 발걸음은 난방비 대란 이후 더 바빠졌다. 추가 점검을 해달라는 요청도, 난방비가 왜 이렇게 나오냐는 질문도 급증했다.
이날 김씨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전날 센터로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는데 계량기를 확인해도 모르겠다”며 점검 요청을 한 이경옥씨(76) 집이었다.
20평 집에서 아들과 둘이 사는 이씨는 지난달 난방비로 30만7890원을 청구받았다. 그전 겨울 가장 많이 낸 금액이 16만원이었다. 다음달에 50만~60만원이 나올까 걱정돼 점검을 신청했다는 이씨는 “설에 전 부치다 확인했는데 심장이 막 뛰고, 아무것도 못 먹겠더라”고 했다. 김씨는 휴대폰 계산기로 그간 돌아간 계량기 숫자를 보여주며 ‘사용량 추이를 봐선 지난달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이씨를 안심시켰다.
김씨는 이씨처럼 ‘다음달 요금’을 걱정하는 고객이 최근 확연히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방문 점검을 할 때마다 “앞으로 가스비가 오를 것이다” “다음달엔 추이를 봐서 어느 정도 나올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습관이 생겼다.
송모씨(68)는 “대통령이 중산층 지원해주라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췌장암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인 그는 이달 27만6000원이 찍힌 난방비 고지서를 받았다. 송씨는 “앞으로 더 오른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초수급자 전모씨(76)도 지난달 난방비가 12만원 나왔다. 에너지바우처를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3월까지 내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이상해서 가스회사랑 동사무소에 전화를 했다”며 “너무 부담돼 보일러를 틀 수가 없다”고 했다.
이들을 마주하는 김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김씨는 “아직 현장에선 매뉴얼이 나오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리시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날 김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82가구의 대문 앞에 서서 “도시가스입니다!”를 외쳤다. 계량기·보일러를 확인하는 일에 더해 시민들의 불만과 짜증 섞인 반응을 마주해야 했다. 난방비 급등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감정노동’이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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