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서방 압박…정부 ‘우크라 무기 지원’ 태도 변화 조짐
박진 장관, ‘우크라 동맹 결집’ 뮌헨안보회의 참석 적극 검토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의 대공세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전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는 선을 그어왔다. 군수품과 경제적·인도적 지원에 한정해 도와준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일부 국가들의 무기 지원이 한계에 도달하자 한국에 무기를 제공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을 방문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민간연구소 강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무기 제공을 요청했는지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을 방문한 인사가 당국 간 회담에서 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그가 같은 날 이종섭 국방장관과 만났을 때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도 윤석열 정부가 무기 지원에 나설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한·미관계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요청해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끝내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말해 온 가치 외교는 공신력을 잃을 수 있다.
정부 입장도 변화 징후가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155㎜ 포탄을 판매했다. 미국이 최종 사용자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우회 지원’으로 평가 받았다. 이 장관도 지난달 31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회담한 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국제사회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는 17~19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맹국들의 결집 등이 주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회의 참석은 정부 방침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서방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방침이 변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지원까지 이뤄지면 한·러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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