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가계약금의 몰취

경기일보 2023. 2. 2. 20:28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매매나 임대차와 같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해약금 약정’을 포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여기서 ‘해약금 약정’이란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이다. 예컨대 X(매도인)와 Y(매수인)가 A아파트에 대한 매매계약(매매대금 5억원)을 체결하면서 매매대금의 지급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약정했다. ‘Y는 X에게 2월2일 계약금으로 5천만원, 2월12일 중도금으로 1억5천만원, 2월22일 잔금으로 3억원을 지급한다. 매수인 Y가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매도인 X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 Y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Y는 2월2일 X에게 계약금 5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며칠 후 Y는 갑자기 마음이 변해 아파트 거래를 없던 일로 하고 싶다. 이 경우 Y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 5천만원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만일 정반대의 상황이라면 X는 1억원(이미 지급받은 돈 5천만원+추가 5천만원)을 Y에게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요컨대 계약금 상당의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계약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뢰인들과 부동산거래에 관한 상담을 하다보면 이른바 ‘가계약금’이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A아파트가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한 Y가 너무나 만족한 나머지 X와 매매교섭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Y는 일단 A아파트를 선점하고자 ‘가계약금’으로 500만원을 X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며칠 후 Y는 마음이 변했다. A아파트를 처음 발견했을 때 자신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A아파트의 여러 단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Y는 X에게 연락해 A아파트 매수를 없던 일로 하고자 하니 가계약금으로 지급한 5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X는 ‘Y가 아파트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계약금으로 받은 돈 500만원은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최근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2022년 9월 29일 선고 2022다247187 판결)은 Y의 손을 들어줬다. 요점은 해약금의 약정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가계약금에 관해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에 비춰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사안의 경우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Y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X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