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체적 난국의 경제상황, 서민들 각자도생케 해선 안 된다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역대급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민생이 피폐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문제 의식이나 해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2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전월보다 상승률이 0.2%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9개월째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의식주 물가는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8.3% 올라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고,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의류 및 신발 가격도 폭등했다. 택시나 지하철·버스 등 교통요금과 대학 등록금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실물경제 침체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꽁꽁 얼어붙은 내수는 풀릴 기미가 없고, 반도체 수출 등이 격감하면서 새해 첫 달 무역수지는 사상 최악을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로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액의 4분의 1을 넘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다시 1.25%포인트(상단 기준)로 벌어졌다. 예상했던 수준이라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은 것은 ‘비정상’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거나 외환보유액 등이 줄면 원·달러 환율은 언제든 급등하고, 외국의 투자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진퇴양난이다. 당분간 금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고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과 경기 하강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 기댈 곳은 재정인데 ‘추경호 경제팀’은 정책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통이라는 한덕수 총리나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2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결론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정도다. 한가하고 무책임하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건전재정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지만 총체적 난국의 경제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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