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난방비에 떠는데, 치적 홍보 나선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윤석열 정부 9개월간의 10대 성과를 정리한 영상 콘텐츠를 2월 한 달간 전국 146개 옥외 전광판에 송출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실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대국민 접점을 늘려나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 역삼동 1곳 기준 1일 260만명, 광화문 1곳 기준 119만명이 옥외 전광판 광고에 노출된다는 ‘홍보 효과’까지 친절히 제시했다. 지금이 대통령 치적 홍보할 때인가.
전광판 홍보라는 방식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대통령실이 선정한 10대 성과에는 경제 분야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 40조원 투자 유치 △부동산 3중 규제지역 해제 △2022년 사상 최대 수출액으로 세계 수출 순위 6위 달성 △101명 기업인과 ‘원팀’ 투자 유치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5년 만에 한·미 연합연습 정상화 △역대 최고 수주 ‘K방산’ 21조원 수출 등도 들어갔다. 대통령실이 해당 자료를 내기 바로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무역적자가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수출 급감에 따른 결과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국민들은 집에서 내복과 패딩을 껴입고, 서민층 노인들은 경로당으로 피신하는 지경이다. 부동산 규제 해제를 반기는 이들보다 전세사기 피해로 눈물짓는 이들이 많다. 도대체 누구 보라고 이런 영상을 한 달 동안 내보내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대통령실이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면 할 일이 있다.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부터 되살려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도어스테핑은 그 약속을 상징하는 창구이자 장치였다. 공석 중인 대통령실 대변인·부대변인 등 홍보라인도 조속히 채워야 한다. 물론 정치권 주변을 떠돌던 ‘폴리널리스트’ 말고 능력과 도덕성을 두루 갖춘 적재(適材)를 찾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신년사 발표도 대통령실 참모들만 배석한 채 진행했다.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신년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는 태도는 민주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일방적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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