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할리우도 大作도, 10억원 예술 영화도 환영
‘비밀의 숲’ ‘도희야’ ‘브로커’ 이어
자살 사건 수사하는 형사役 연기
배우 배두나(43)의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다음 소희’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서 설명하던 중이었다. 실화에 바탕한 이 영화에서 배두나는 콜센터 현장 실습생으로 취직한 여고생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 역을 맡았다. 2일 서울 소격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다음 소희’라는 제목 자체가 이런 희생자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라며 “소희와 같은 처지에 있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버티고 계신 분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8년 드라마로 데뷔한 베테랑 배우에게는 순간적 몰입과 진심의 간극이 없는 듯했다.
드라마 ‘비밀의 숲’부터 영화 ‘도희야’ ‘브로커’에 이어서 이번 ‘다음 소희’까지. 형사는 배우 배두나에게 가장 친숙한 역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 초청작이었던 ‘브로커’와 ‘다음 소희’에서도 공교롭게 모두 형사 역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형사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그는 “최근작에 유난히 형사가 많았는데 이번 ‘다음 소희’가 쐐기를 박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하지만 출연 결정을 내리고 나면 장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사건을 관찰하거나 파헤치는 입장이고, 감독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는 “형사 역이라고 피해야 한다거나 차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사는 단지 직업일 뿐이며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배두나는 어떤 감독이든 초기작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와 ‘괴물’의 봉준호 감독, ‘공기인형’과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번 ‘다음 소희’를 연출한 정주리(42) 감독 역시 2014년 ‘도희야’에 이어서 9년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배두나는 정 감독과의 관계를 ‘동지애’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찍을 때 배우는 중간 촬영만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이자 동지처럼 지켜봤다”고도 했다.
워쇼스키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부터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차기작인 ‘레벨 문’까지 할리우드에서 끊임없이 러브 콜을 받고 있지만, 순제작비 10억원에 불과한 이번 영화에도 흔쾌히 출연했다. 그는 “상업 영화계에서 투자가 잘되거나 수백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대작은 아니지만, 요즘 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타협하지 않는 정 감독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정도(正道)를 지키고 고지식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이 있는 착한 사람들, 창작자로서는 고집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왜 형사 역을 즐겨 맡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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