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덮친 비극…가족 옥죈 간병의 고통
[KBS 전주] [앵커]
자신도 말기 암을 앓던 80대 남성이 돌보던 아내를 숨지게 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간병 살인'인데요.
간병의 고통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 속에선 반복될 수밖에 없는 비극으로 보입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80대 남성이 평생 함께한 아내를 숨지게 했습니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직접 간호해 온 남성.
그 역시 고된 투병 생활을 이어 온 말기 암 환자였습니다.
몸이 아파 아내를 돌보기 힘든 데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단 유서를 남긴 그는, 아내가 숨을 거둔 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전주완산경찰서 관계자/음성 변조 : "(할아버지가) 죽고 싶단 말을 자주 하니까. 할머니가 같이 죽자, 이야기했단 거죠. 원칙대로 수사는 해야죠. 안타깝네요, 안쓰럽고."]
고통 끝에 돌보던 가족을 숨지게 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 전북에서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천19년, 군산에선 치매를 앓던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이 간병의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아내를 숨지게 했고, 이듬해 완주에선 간병에 지친 60대 아내가 남편을 숨지게 하려한 일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끊이지 않는 원인, 간병의 부담을 가족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 가운데 동거 가족의 돌봄을 받는 비중은 74.5%.
장기요양보험 등 가족 밖의 공적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29.8%에 불과합니다.
지난 대선 당시 생활고에 아픈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영 케어러', 가족 돌봄 청년 사연이 알려져 후보들마다 대책 마련을 이야기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간병 살인' 건수를 따로 집계하는 반면, 한국에선 관련 통계조차 없는 게 현실.
치매나 중증 환자 돌봄이 지금처럼 가족에게 전가되다 보면 비극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신열/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돌봄의 1차적 책임을 사회나 국가가 지도록 하는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지고 진행이 돼야 할 텐데.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지 않은 비용이거든요.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떠안은 고통이 범행과 비극으로 이어지는 오늘, 간병의 무게를 사회가 함께 나누는 건 더는 미뤄선 안 될 과제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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