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생명의 보고 ‘습지’…개발로 사라진다
[KBS 제주] [앵커]
오늘은 람사르에서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채택된 걸 기념하기 위한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제주에는 300개가 넘는 습지가 있는데요.
현재는 각종 개발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장 K, 이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흐린내 습지입니다.
이곳은 용암이 굳은 암반지대에 물이 고여 형성된 습지인데요.
제주에서는 이런 습지를 빌레못이라고 부르는데 화산섬 제주만의 습지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이 많고 큰 못은 아니지만 한여름에도 마르지 않는 생물의 터전입니다.
아직 차가운 물 속엔 수많은 새 생명이 움트고 있습니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자생식물이 주변을 가득 메우게 됩니다.
습지는 탄소를 땅에 가둬놓는 저장고 역할도 하는데 습지가 훼손되면 그만큼 탄소 배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고제량/제주시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전문위원 : "생명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치거든요. 사람을 비롯한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이 안전하게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습지를 보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같아요."]
하지만 제주 곳곳에서 습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습지식물이 살았던 이 습지는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일대는 람사르습지 도시로 지정된 지역이지만 제주시가 매립된 습지에 건축허가까지 내면서 습지의 원형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이에 80여 명의 주민이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제주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했고 최근에는 습지 복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제주 시내 한 공동주택 주차장.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이곳도 예전엔 습지였습니다.
현재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내륙습지 320여 개 가운데 10%에 가까운 28곳이 이처럼 개발 등의 이유로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습지보전법에도 제주도 습지 관련 조례에도 매립, 개발 등에 대한 제재가 없어 사실상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최슬기/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 "습지에 대한 조치가 이렇게 끝나버리면 다른 습지도 매립이나 훼손되었을 때 똑같은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되거든요. 습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입니다.)"]
생명의 보고이자, 탄소 저장고인 습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주 입니다.
이경주 기자 (lk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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