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 선고 연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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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남 함안의 철강 제조업체 '한국제강'에서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을 적용해,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 5천만 원, 대표 이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원의 '첫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건은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가 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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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남 함안의 철강 제조업체 '한국제강'에서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크레인에서 떨어진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목숨을 잃은 겁니다.
검찰은 원청인 한국제강과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을 적용해,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 5천만 원, 대표 이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 '중대법 위반 1호 판결', 배당 오류로 '선고 연기'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원의 '첫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가 처음 기소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1심 선고는 경남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내일(3일)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검찰의 공소 사실이 유지될지 아니면 기각이 될지 경영계와 노동계, 언론까지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심 선고가 연기됐습니다. 재판부는 애초 예정된 선고 기일을 연기하고 다음 달 24일로 다시 변론기일을 잡았습니다. 이유는 황당했습니다. 법원이 사건을 잘못 배당했다는 겁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건은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가 맡아야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한국제강 사건을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에 배당했습니다. '사건 배당 오류'로 그동안 엉뚱한 재판부가 한국제강 사건을 심리했던 겁니다.
■ 법원 "단순 착오"…노동계 "허술하게 재판 임해"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단순 착오'라는 입장입니다. 현재는 당사자 동의를 얻어 합의부로 넘기는 절차인 '재정합의'를 통해 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뒤늦게 사건 배당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현행법상 배당이 잘못된 재판은 '관할위반'으로 절차와 재판 결과까지 무효 처리되고, 처음부터 다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배당 오류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법원이 법도 모른다'는 불명예스러운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첫 판결이 '파기'라는 허무맹랑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사법부가 허술하게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 중대 재해로 숨진 노동자 '644명'
이번 사안은 '법원의 실수'라는 결론으로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간단히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바뀐 법 규정을 놓쳤다는 건 그만큼 산업 사망사고에 대해 둔감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27일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일하다 죽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했지만, 지난해에도 노동자 644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일한 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고를 실수로 연기하기엔 너무나 엄중한 사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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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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