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 ‘빈곤 포르노’ 되는 건 달갑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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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폭염, 한파 때면 와서 '얼마나 힘드시냐'는 질문 지긋지긋합니다. 이제 그만 오세요."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쪽방촌을 찾는 대부분 언론의 질문은 겨울엔 '추워서 얼마나 힘드세요', 여름엔 '더워서 얼마나 힘드세요' 수준을 못 벗어난다"며 "주민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부각하고는, 주거 개선 대책은 쪽방 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교수 등에게 묻는 보도가 반복되니 주민들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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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한파 때마다 찾아와 불편”
화재 잦은 구룡마을 대책 없어
전문가 “주거환경 개선이 우선”
“매년 폭염, 한파 때면 와서 ‘얼마나 힘드시냐’는 질문 지긋지긋합니다. 이제 그만 오세요.”
서울 용산구의 한 쪽방촌 주민들은 최근 ‘인터뷰 거부’를 선언했다. 소위 ‘필요한 그림’만 찍고 사라지는 언론, 비참한 현실만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기사에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에 등장하는 쪽방촌은 몸만 겨우 눕는 방 한 칸, 바닥에 널린 낡은 이불, 동파돼 사용할 수 없는 공동 화장실 등으로 정형화돼 있다.
정작 쪽방촌의 정주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관심은 부족하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쪽방촌을 찾는 대부분 언론의 질문은 겨울엔 ‘추워서 얼마나 힘드세요’, 여름엔 ‘더워서 얼마나 힘드세요’ 수준을 못 벗어난다”며 “주민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부각하고는, 주거 개선 대책은 쪽방 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교수 등에게 묻는 보도가 반복되니 주민들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빈곤이라는 현상에 천착하기보다 쪽방촌 사람들을 둘러싼 구조를 짚고, 주거 취약계층 당사자의 의견을 통해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숙 인천쪽방상담소장도 “주민들 입장에서 자기 쪽방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꺼리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선 쪽방촌의 어려움이 부각되어야 후원이 하나라도 더 들어온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열악한 모습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쪽방촌 주민들 역시 15년째 폐지·고철 판매 등으로 마련한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사회에 도움 받는 만큼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첫해 68만원을 모금한 것을 시작으로 이들은 올해 역대 최대 금액인 254만원을 사랑의열매에 전달했다.
정지혜·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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