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전장연, 단독면담서 평행선…입장차만 확인(종합)
지하철 시위·탈시설 확대 반대 장애인단체들과도 대화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윤보람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우여곡절 끝에 2일 한자리에 마주 앉았지만, 50분간 이어진 양측 간 대화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서울시와 전장연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공개 단독 면담을 했다. 면담 테이블에는 오 시장,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앉았다.
오 시장은 인사말에서 "더는 지하철을 세우거나 지연하는 형태의 시위는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고자 만나자고 했다"며 "여러 차례 시위를 통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려졌으니 극단적 형태의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대표는 오 시장의 요구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지하철 탑승 시위의 배경이 된 탈시설화로 대화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2001년 장애인이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 탈시설 논쟁이 있었다"며 "우리가 섭섭한 것은 서울시가 한 번도 책임 있게 리프트 사망사고를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제 오 시장이 장애인 거주 시설을 방문해 말한 내용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오 시장은 시설은 선택이라고 했지만, 협약과 가이드라인에서는 시설 수용을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전날 장애인 복지시설을 잇달아 찾아 장애인 부모로부터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 "시설을 계속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의 얘기를 들은 오 시장은 "전장연의 주장이 다 옳다고 쳐도 그걸 관철하려고 왜 지하철을 세우냐"고 되물었다.
오 시장은 "정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하철 운행을 84번 지연시킨 것은 중범죄"라면서 "그런데도 경찰은 전장연 시위자를 제대로 처벌 못 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120다산콜센터에 들어온 민원을 사례로 들며 "시위 때문에 출근이 늦어질까 봐 자는 아이를 20∼30분 일찍 깨워야 하는 엄마도 사회적 약자다. 이런 평범한 시민의 눈물 젖은 사연을 경청하고 존중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확답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박 대표는 시가 더 전향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서울 외 다른 지역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앙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시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의 정시성을 강조하지만, 우리는 22년간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외쳤다"면서 "철저하게 비장애인 중심으로 갔던 열차와 중증 장애인을 태우지 않은 열차, 이런 부분도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사회적 강자는 기획재정부"라면서 "오 시장이 기재부에 '3월 23일까지 전장연과 만나 달라'고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측간 면담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20분간 더 이어졌지만, 서울시와 전장연 모두 상대방의 요구에 확답하지 않은 채 대화를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면담 후 지하철 시위 중단 여부를 정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기로 돼 있는데 그 자리에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각차가 여전히 많다는 안타까움이 든다"며 "장애인단체 간 갈등으로 풀지 않으려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과 (탈시설화) 찬성·반대 단체들이 모여서 간담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오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취재진에게 "간곡하게 부탁했으니 시위 형태가 달라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며 "(기재부에) 저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입장을 전달은 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다른 장애인단체장들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김락환 한국교통장애인협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광환 회장은 "이제는 국민적 지지를 받아가면서 장애인 운동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 "장애인 운동 관련 이야기가 격조 높게, 합리와 상식을 바탕으로 통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대표는 "전장연은 장애인 단체가 아닌 임의단체로 대표성이 없다"고 지적했고, 김락환 회장은 "이동권을 위해 지하철 투쟁을 한다는 것은 막아야 한다. 장애인이 무슨 특권을 가졌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시설 확대 주장에도 다른 견해를 밝혔다.
김광환 회장은 "유엔 권리협약에서 보장하는 장애인의 주거형태 선택 자유는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며 "(탈시설 확대는) 오히려 장애인이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박탈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아 대표는 "장애인이 생애주기에 맞는 합당한 서비스를 받게 해달라"면서 서울시에 탈시설 5개년 계획 재검토와 이용자 부모의 참여를 요청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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