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띄운 파월···"5%대 기준금리로 인플레 연착륙 가능"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2. 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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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5월 금리 인상 중단]
"금리인상 지속" 매파적 성명 냈지만
"디스인플레이션" 10여차례나 강조
기자회견은 비둘기적 발언 이어져
일각선 '3월 인상 중단설'까지 제기
빅스텝 단행한 英도 속도조절 시사
제롬 파월 연준의 장이 1일(현지 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담은 성명문이 공개된 1일 오후 2시(현지 시각)부터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약 30분 사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성명문에서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금리 중단 신호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명문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기존 문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 확인되자 증시는 하락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바뀌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리는 이제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둔화가 노동시장을 희생시키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긴축 주기가 시작된 이래 인플레이션 둔화를 처음으로 인정한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동안 ‘디스인플레이션’ 관련 언급을 10여 차례나 이어갔다.

파월 의장은 성장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많은 이들이 물가 상승률을 2%로 낮추려면 상당한 경제 둔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의 기본 전망은 다르다”며 “나의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나 실업률 증가 없이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좁아지지만 연착륙의 길이 아직 있다’는 정도로 표현했던 과거 발언과 비교할 때 자신감이 커진 모습이다.

성명문에 없던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힌트도 새어 나왔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금리를 그동안 4.5%포인트 인상했고 적절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두어 차례(a couple more)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는 이 대목을 금리 인상 중단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제임스 캐런 모건스탠리 거시전략부문장은 “두 번을 뜻하는 이 표현이 바로 시장이 핵심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이라며 “3월에 한 차례 올린 뒤 아마도 5월에 한 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3월 인상 중단설도 제기된다. 밥 미셸 JP모건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명은 매파적이었지만 기자회견은 비둘기적이었다”며 “모든 신호를 볼 때 마지막 금리 인상은 3월 0.25%포인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비둘기 일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지금 긍정적인 물가 지표는 상당 부분 상품 가격 하락 때문이고 이는 다시 ‘제로’ 근처로 올라갈 것”이라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올해 중반 4%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우리 전망대로 경제가 움직인다면 올해 금리를 인하하고 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대를 일축했다. 그는 “일부는 인플레이션이 훨씬 빨리 하락할 것이라고 보지만 이는 다른 이야기”라며 “만약 실제 그렇다면 그때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그럼에도 시장은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 면모에 반응했다. 다우존스산업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0.02%, 1.05% 오른 것을 비롯해 나스닥은 2%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 가격은 FOMC 종료 후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2만 4000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시장의 시각이 희망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반응이 연준과의 대립이 아닌 시장 나름의 합리적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연준 출신으로 PGIM의 글로벌채권부문 최고 이코노미스트인 다리프 싱은 “시장이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랠리를 펼쳤던 것은 연준이 전지전능하지도, 그렇다고 독선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해 상황을 판단한다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경제 여건 그 자체”라고 시장 상승의 이유를 분석했다.

연준이 사실상 금융시장의 완화를 용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이 이날 최근 시장 랠리와 관련해 “우리는 단기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 것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파월이 시장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영국중앙은행은 2일 금리를 4%로 0.5%포인트 인상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2회 연속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1년 12월을 시작으로 금리를 10회 연속 올린 것이기도 하다. 다만 영국중앙은행은 연준처럼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좁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긴축 ‘감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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