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노동개혁

김충제 입력 2023. 2. 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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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격화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공급망 재편은 세계 경제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처 다변화, 생산기지 이전 등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개혁 없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중국을 떠난 기업들이 인도, 동남아 등지에 자리 잡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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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 격화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공급망 재편은 세계 경제에 있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처 다변화, 생산기지 이전 등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은 우리나라로서는 위험요인인 동시에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생산과 무역에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에 미·중 경쟁에 따른 비자발적 공급망 재편은 상당한 비용요인이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도 증가시킨다. 한편 공급망 재편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중국 상품을 대체하는 것이 우선 생각되는 기회이지만,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대체하는 기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의 아시아 생산기지로 중국을 대신할 수 있다면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한국 경제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임금경쟁에서는 개발도상국을 이기기 어렵지만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고 풍부한 전문인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전체 아시아 시장에 접근이 용이한 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 생산기지로서 다양한 이점도 충분히 자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정책적으로 투자에 따른 각종 혜택을 제시한다면 탈중국을 할 수밖에 없지만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유지하고 싶은 기업들(한국 기업도 포함된다)에 우리나라는 좋은 중국의 대체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기회를 실현하는 데 있어 최대의 걸림돌이 있으니 그것이 노동시장이다. 세제, 규제 등 제도적 문제와 달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는 정부의 행정력으로 단시간에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에 치우친 노사 간 힘의 불균형, 정규직 과보호, 비협조적 노사관계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GCR(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100위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이 등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고착되어 온 등수로서, 다른 지표들의 순위가 등락할 때도 거의 변화가 없다.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여러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유독 노동 부문만은 세계 최하위권에 속해 전체 국가경쟁력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으니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급망 재편 과정은 향후 수년 내 거의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적어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해외 기업 유치와 한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노동개혁 없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중국을 떠난 기업들이 인도, 동남아 등지에 자리 잡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제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고 경제안보가 중요시되는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세계 경제환경의 급변 속에서 한국 경제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열쇠 중 하나가 노동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적 지혜를 모아 이 개혁에 성공해야 할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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