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둔화 13번 외치며 "기쁘다"… 시장선 연내 금리인하 전망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2.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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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FOMC서 0.25%P 인상 … ECB·BOE는 빅스텝
매의 발톱 깎은 파월
과잉 긴축할 의도 없다며
성명 표현수위 대폭 낮춰
긴축 갈길 멀다지만 …
올해 인하 없다 못박았지만
내달에도 베이비스텝 유력

◆ 美연준 베이비스텝 ◆

기자회견 때마다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비둘기파적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둔화)'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물가 둔화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상품 가격 하락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13차례 언급하는 등 물가가 하락 추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날 연준이 FOMC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도 "인플레이션이 다소 하락했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FOMC 성명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내용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 선언은 이르다"며 금리 인상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주택 부문을 제외한 핵심 서비스 분야에서 물가 둔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을 확신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제약적인 (금리)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 향후 두 번 이상(a couple of more) 금리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가 물가 하락 추세를 강조하며 통화정책 변화를 암시하는 비둘기파적 발언을 함께 내놨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과잉 긴축을 할 의도는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하락한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도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물가 추이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 기조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오는 3월 회의와 5월 회의 사이에 들어오는 데이터를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회복되고 있는 금융시장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 반등과 채권 금리 하락, 주택담보대출금리 하락 추세에 대해 "지난해 내내 금융 여건은 상당히 긴축됐다"면서도 "단기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금융 여건의 지속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닐 더타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은 금융 여건이 상당히 완화됐음에도 '긴축'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 자체가 비둘기파적"이라며 "연준이 빨리 (인플레에 대해)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시장은 연준이 오는 3월 베이비스텝을 밟은 뒤 금리를 동결하고 하반기엔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굳히고 있다. RBC캐피털은 "우리는 3월 0.25%포인트 인상을 이번 긴축 주기의 마지막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엔 완만한 경기침체에 따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물 시장도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4.5~4.75%)보다 낮을 가능성을 56.4%로 전망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 등 향후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중단한 뒤에도 인상 가능성을 남겨뒀다"면서 "그러나 이는 FOMC가 지금 당장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일제히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영국과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각각 4%, 3%로 올라섰다. 금리 인상 배경은 높은 물가다. 영국과 유로존 모두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영국은 지난해 12월 10.5%, 유로존은 지난달 8.5%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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