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맞댄 오세훈·전장연, 시위는 못끝냈다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3. 2.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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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서 50분간 단독면담 가져
吳 "시민들 인내심 한계 달해
극단적인 시위는 자제해달라"
박경석 대표 "장애인권리 예산
기재부에 반영되게 힘써달라"
생중계 두고 신경전 벌이기도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3일 서울시청 본관 8층 간담회장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의 간담회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형기 기자>

지하철 탑승 시위를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오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50분간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예산을 포함한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건의할 것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의 탑승 시위에 대해 "이런 형태의 시위는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면담 과정에서 오 시장이 "전장연은 사회적 강자"라고 언급하면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전장연과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본관 8층에서 50분간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면담은 전장연이 줄곧 요청해오던 단독 면담 요청을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전장연을 포함한 장애인 단체들과의 비공개 합동 면담을 예정했지만, 전장연이 단독 면담을 고수하면서 참석을 거부해 합동 면담이 무산된 바 있다.

이날 면담의 주요 의제는 전장연의 탈시설 요구로 좁혀졌다. 박 대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근거로 장애인 탈시설 관련 예산 지원을 요구하면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를 직접 불러 전장연과 탈시설 반대 장애인 단체와 함께 갈등을 해결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탈시설은 장애인들이 장애인 시설을 벗어나 일반 거주시설에 거주하면서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으로, 장애인 단체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철 탑승이라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두고도 양측의 공방이 오갔다. 오 시장은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철도안전법상 중형에 처해지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4번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켜도 경찰이 박경석 대표를 비롯해 전장연 활동가들을 처벌하지 못하는데,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지난 22년간 27명이 형사처벌을 기다리고 있고 수억 원의 벌금을 냈다"면서 "그동안 무슨 관용을 베풀었냐"고 되받았다. 전장연은 "진짜 강자인 기획재정부에 3월 23일까지 장애인 권리 예산 등을 반영해달라는 요구를 오 시장이 전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30분 양측의 면담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박 대표와 오 시장은 면담 방식을 두고 비판을 주고받았다. 서울시는 면담 전날인 1일에 면담 취재 관련 안내를 배포했는데, 평소 서울시가 각종 행사에 가동하던 서울시 유튜브 채널을 통한 생중계를 진행하지 않고 시청 기자실 내 설치된 TV를 통해 시청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장연은 2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의 일방적 지침"이라면서 "자유로운 현장 취재와 생중계까지 열어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요구한다"고 적었다. 서울시는 면담 시작을 2시간여 앞둔 이날 오후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면담을 앞둔 한 주간 오 시장의 거취를 두고도 양측은 맞섰다. 오 시장은 면담 하루 전인 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장애인 시설인 '우성원' 등을 방문했다. 이들 시설은 전장연이 요구 사항으로 내놓고 있는 '탈시설'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오 시장이 탈시설 의제에 대한 주도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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