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멈춘 韓빅테크…해고도 직무전환도 못한다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2023. 2.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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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적체 고민 빠진 네카오
불황에 사업 재편 시급한데
美빅테크처럼 구조조정 못해
인력 재배치도 직원 '시큰둥'
"이직시장까지 꽁꽁 얼어붙어
유휴인력 방치하는 현실"

◆ 속도내는 노동개혁 ◆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카무원'(카카오·공무원의 합성어)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카카오에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보상받는 직원을 속칭하는 것으로, 치열한 정보기술(IT) 업계 근무 여건과는 다르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며 그만큼 낮은 성과급을 받고 일하는 인력을 말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카무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 한파에 이직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카무원 증가에 따른 조직 정체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일 IT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거대 IT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가 짙어지자 선제적으로 연달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들도 인력 운용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위기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과 달리 국내는 유휴인력이나 저성과자에 대한 핀셋 구조조정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이제 성장 정체기에 진입한 한국의 IT 공룡들엔 인력 정체가 새로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빅테크의 대명사 '네카오(네이버· 카카오)'의 경우 경기가 좋았을 때 직원들은 네카오 명함을 갖고 다른 곳으로 이직이 원활했고, 이는 내부 조직이 활력을 유지하는 데도 순기능을 했다.

하지만 경기 한파 시국에 이러한 이직시장이 막히면서 '자리 지키기'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 가입률이 최근 50%를 돌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더 좋은 조건을 받고 이직했던 직원들이 이제는 노조를 통해 회사 내 권리를 주장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한 빅테크 관계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밀려난 개발 인력을 회사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고인 물이 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높은 몸값을 주고 데려온 이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지 못하고 유휴인력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 적체 문제로 비상이 걸린 네카오는 일단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채용을 줄이는 등 보수적인 인력 관리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통상 대기업들이 1년에 한 번씩 대규모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수시 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변화가 빠른 IT 업계 생태계에 맞춰 프로젝트별로 효율적인 인력 관리를 하기 위한 취지다. 네이버는 보통 2주 단위, 카카오는 1주 단위로 인사가 이뤄진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사내 이직 제도(OPEN CAREER CHANCE·OCC)'를 정례화해 매년 3회 안팎으로 운영 중이다. 직원 희망대로 직무, 부서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회사에서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선순환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잦은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이직시장이 꽉 막힌 상태에서 수시로 부서 이동을 신청하는 직원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며 "능력에 대한 의구심, 부서에서의 부적응 등과 같은 인식 때문에 직원도 경영진도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상대적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톡 출범 이후 13년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바로 투입할 인력을 외부에서 우선 수혈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내부 직무 변경이 경직돼 있는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평소 희망대로 자리 이동이 어려운 카카오 내부 분위기상 의도하지 않은 잦은 인사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빅테크 임원은 "판교 인력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업계 특성상 아무리 불황이라고 적체된 인력을 내보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큰 IT 회사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큰 사안"이라며 "유휴인력을 내보내겠다고 했다가 오히려 그동안 기껏 공들여 데려온 고급 핵심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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