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긁은 노인 치매 밝혀내 기소유예 소외 계층엔 법 집행도 '따뜻하게'

김혁준(kim.hyeokjun@mk.co.kr) 2023. 2. 2.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약자와의 동행'
폐지 줍던 노인 절도혐의 해소
알코올 중독자 치료 단체 연결

80대 독거 여성인 A씨는 지난해 4회에 걸쳐 이웃들의 승용차 보닛을 긁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들과 아무런 갈등이 없고 경찰조사 당시 CCTV 영상을 보면서도 손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A씨의 치매를 의심했다. 검찰은 관할 주민센터 지원을 통해 A씨가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적이 없어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검찰 수사로 보건소와 주민센터에서 치매 관련 지원을 받게 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권현유)는 2022년 하반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마음을 담은 법 집행'을 진행했다. 사건 관계인의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 단순 처벌 대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으로 적절한 치료와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폐지를 줍다 억울하게 절도범으로 몰린 60대 여성 B씨가 처벌받지 않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B씨는 헬스장 입간판을 지지하는 쇠판을 자전거에 싣고 가 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B씨는 "쇠판을 가져간 적은 없다"며 극구 부인했고 검찰은 CCTV 영상 속 B씨가 들고 간 물체가 무엇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경찰에 보강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영상 감정을 통해 해당 물체는 '쇠판'이 아니라 폐지를 담는 '자루' 형태의 물건에 해당한다는 회신을 받고 경찰은 B씨를 무혐의로 불송치했다.

검찰은 알코올 의존을 극복하지 못하고 보호관찰 기간 중 반복적인 음주행위가 적발된 40대 가장 C씨를 약식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는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판단해 내리는 처분으로, 피의자의 재판 출석 없이 서면으로만 진행된다. C씨의 갱생 의지를 확인한 검찰은 알코올 습벽 개선을 통해 재범을 막고 어린 세 자녀를 보호하도록 중독 치료와 취업교육 지원을 연계했다.

검찰은 "고령층과 빈곤층 같은 사회적 약자는 법률 조력을 받기 어렵고 정신장애나 중독 증상이 있어도 지원을 받지 못해 범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자와 빈곤층,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알코올 의존자나 출소자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회복적 사법' 실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혁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