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이 없다… 배움의 꿈 이뤄” 남인천중·고등학교, 늦깎이 졸업식

황남건 기자 2023. 2.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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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392명 빛나는 대면 졸업... 늦은 나이에도 꿈·열정 가득
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2022학년도 졸업식이 열린 교내 강당에서 늦깎이 졸업생들이 담임교사가 만들어준 응원 푯말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3년만에 대면 졸업식을 치른 이날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은 중학교 66세, 고등학교 64세 이다. 장용준기자

 

“삶에 치여 놓친 배움의 꿈을 이제야 이뤘습니다.”

2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남인천중·고등학교 대강당. 최근 3년 동안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대면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의 얼굴에 설레임과 아쉬움이 함께 묻어 나온다. 중학교 졸업생인 박순애씨(75)와 박순영씨(69) 자매는 ‘배움의 한’을 푼 듯 홀가분 한 얼굴로 서로의 손을 꼭 마주 잡는다.

박순애씨는 “반찬가게를 하는 어머니에게 도움이 되고자 꿈을 접었다”며 “초등학교 때 수학을 잘하고, 좋아했는데 공부를 이어가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박순영씨도 “언니가 없었으면 배움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며 “아침마다 날깨워 등교를 하고, 항상 옆에서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또 다른 중학교 졸업생인 신정희씨(64)는 50여년 만에 다시 잡은 연필에 지금은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신씨는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최종학력이 부끄러워 학력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떼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 다닌다고 이야기하면, 못 배운 티가 날까 전전긍긍하기도 했다”고 했다. 신씨는 3년 동안의 중학교 과정을 이어오면서 대학이라는 새로운 꿈을 키웠다. 신씨는 “아침 이른 시간에 등교하면서도 오늘은 무엇을 배울지 설레는 마음 뿐이었다”며 “이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어서 배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등학교 2022학년도 졸업식이 열린 교내 강당에서 늦깎이 졸업생들이 손 푯말을 들고 졸업을 자축하고 있다. 3년만에 대면 졸업식을 치른 이날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은 중학교 66세, 고등학교 64세 이다. 장용준기자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졸업식에 참석한 만학도 392명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설레는 얼굴이 역력했다. 이들은 정들었던 같은 반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인사를 건네는 등 환한 얼굴로 안부를 묻는다. 또 일부 졸업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푯말과 꽃을 건네기도 했다.

최고령 졸업생인 이영자씨(81)는 “교회 사람들 앞에서 성경을 읽어야 하는데 빠르게 읽지를 못해서 부끄러웠다”며 “이제 더듬더듬 읽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재학하고 있는 후배 배경희씨(57)가 아쉬움을 담은 송사를 읽자, 이내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 찬다. 이어 정상화씨(41)의 답사가 이어지면서 이별이 실감나는 듯 서로가 서로의 손을 꼭 쥔다.

정씨는 답사를 통해 “군대에서 글을 몰라 곤란한 상황이 많았는데, 배움을 결심하고도 걱정이 많았다”며 “그런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모두가 편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졸업을 한 뒤에도 인연을 함께 이어가자”고 했다.

윤국진 남인천중고등학교장은 “졸업생들은 코로나19로 학습 여건이 어려웠음에도 끝까지 공부를 놓지 않아서 너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이 배움에 대한 열정과 꿈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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