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등 과기원만 공공기관 해제?…들끓는 출연연·국립대병원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서 이들 기관의 인재 유치가 자유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인 석학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인건비 제한이 풀리면서 양질의 연구 인력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대 과학기술원 외 연구개발이 주된 업무인 다른 기관들 사이에서도 공공기관 해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에 따른 각종 규제가 연구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도 공운법에 따른 인건비 제한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출연연은 관련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에 예산 계획을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상위 기관으로부터 예산심사를 받으면서 암묵적인 임금 상한선이 생길 뿐만 아니라 행정 절차에도 많은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의 인건비 예산은 기재부 외에 여러 유관부처와 기관으로부터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인건비 책정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또 예산 일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구하지 못한다는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어렵게 우수한 인재 확보에 성공한 뒤 인력 유출이 일어나는 경우도 잦다. 더 좋은 처우를 제공하는 사립대학교나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인력 예산이 통제받다 보니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도 정년이 보장되는 대학 등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전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공운법에 따른 제한을 완화하고자 2019년 시행된 연구목적개발기관 지정제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제도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의 블라인드 제도 적용이 일부 완화됐지만 공공기관 지정 규제에 따른 근본적인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규제에 따른 가장 큰 문제로 인건비 제한이 꼽히는 가운데 부수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만 개정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연구목적개발기관 지정제가 도입됐다곤 하지만 체감되는 바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관련법에 따라 인건비나 처우에 제한이 생겨 인재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에선 국립대병원 교수와 함께 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이 자체적으로 산학협력단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왔다.
통상 국립대에선 교원이 아닌 연구원을 자체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고용해 인력을 운영한다. 하지만 현행 산학협력법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은 자체 산학협력단을 설치할 수 없어 이들 연구원에게 마땅한 소속이 부여되지 않는다.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등 기본적인 근로환경조차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같은 ‘유령연구원’은 서울대병원에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회에서는 국립대병원 산학협력단 설치 제한을 해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 개정안을 발의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안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3차례에 걸쳐 교육위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대하는 입장은 이 개정안이 의료기관의 영리화로 이어질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산학협력단 설치 제한에 따른 교수 개인 연구원들의 처우 문제는 의학 연구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며 “연구개발 분야의 주도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박정연 기자 yalee@donga.com,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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