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소송' 애플에 완패한 소비자들… 이유는 "입증 못 했다"
'고의 성능 저하' 의혹 일며 대규모 집단 소송
하지만 2일 재판에서 소비자 청구 모두 기각
법원 "입증할 객관적 증거 없고, 감정 결과도 없어"
국내 소비자 6만여 명이 '애플이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라며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업데이트로 인해 성능이 훼손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지숙 부장판사)는 2일 국내 소비자 6만 2806명이 애플 본사와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비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2017년 하반기 아이폰 일부 모델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성능이 의도적으로 떨어졌지만, 애플이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아이폰 고의 성능 저하' 의혹을 제기했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노후화로 인해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막고자 성능을 저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 6만여 명은 '새로운 제품 판매를 위해 애플이 의도적으로 성능을 떨어뜨린 것'이라며 12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고 감정도 불가능했다'라며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소비자)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업데이트로 인해 휴대전화가 훼손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며 "업데이트로 인해 휴대전화의 상시적인 성능 저하가 발생했는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 감정 결과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업데이트로 인해 휴대전화의 성능이 저하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감정을 고려했지만, 업데이트 유무에 따른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선 사용기간·사용방법 등이 동일한 2대의 휴대전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들이 임의 제출한 3대의 휴대전화에 대해서 경찰청 디지털포렌식 담당자는 '실질적인 여건상 불가능한 실험'이라 답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감정대상이 3대뿐이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감정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에서 소비자들은 '업데이트로 인해 성능이 40~88% 수준으로 저하됐다'며 미국 IT 제품 평가 사이트의 자료와 실험 영상을 제시했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실험들이 어떤 조건과 방법으로 진행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성능이 저하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 멈춤 현상, 화면 가로세로 전환 불가 현상 등을 직접 촬영해 성능 저하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런 현상이 업데이트에 포함된 성능 조절 기능의 실행으로 인한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점에 비춰보면 해당 현상이 업데이트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미국과 칠레 등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집단 소송을 당했고, 이에 보상에 나섰다며 이는 성능 저하를 인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애플이 일정 금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업데이트로 인해 휴대전화의 성능이 저하되는 결함이 야기됐음을 인정했다거나 결함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경우는 칼리닌그라드 법의학 연구소가 성능 저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러시아 연방지방법원도 이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성능 조절 기능은 결함이 아니다'라고 판결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성능 고의 저하는 신제품 구매를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애플이 신형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자 했다면 이 사건보다 먼저 출시된 A 등의 모델에도 성능 조절 기능이 포함된 업데이트를 배포했어야 할텐데, A 등의 모델에는 업데이트를 제작, 배포하지 않았다"라고 봤다.
이날 선고 직후 소비자들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는 "승패와 무관하게 집단 소비자 피해 구제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라며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및 후속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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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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