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플도 '아이폰 성능 저하' 사과했는데 책임 없다고 한 판결

2023. 2.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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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이른바 '배터리게이트' 의혹 사건에 대해 미국 현지 소비자들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1심 판결이 나와 논란이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아이폰 사용자 980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애플은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미국 법원은 달랐다. 2020년 애플은 소비자 1인당 최소 25달러씩 5억달러를 배상하기로 법정 합의를 했다. 칠레에서도 25억페소를 배상하기로 했고 프랑스에서는 2500만유로 벌금까지 받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반대 판결이 나왔으니 소비자들로선 황당할 노릇이다.

애플은 2017년 구형 아이폰으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도 했다. 다만 배터리 기능이 떨어져 전원이 갑자기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냈고 배상금을 받아갔다. 국내에서도 애플이 배상해야 한다고 원고는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이 미국에서 장기간 집단소송으로 인한 비용을 피하는 게 경제적 이득이라는 경영상 판단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전원이 예기치 않게 꺼지는 것보다 최고 성능이 일부 제한되는 게 유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법원은 애플이 기능 저하를 미리 알리지 않은 데 대해서도 "제조사가 스마트폰의 복잡한 작동 양상을 예측해 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애플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미국 법원의 합의나 미국 IT제품 평가 사이트의 성능시험 결과조차 '성능 저하로 인한 소비자 손해'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제품의 기능 저하로 손해를 봤다는 걸 소비자가 입증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더욱이 재판부는 프랑스가 사전 고지 의무 위반으로 애플에 벌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국내에서는 그런 고지를 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한국은 프랑스 소비자만큼 보호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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